▲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 사무소에 앞에서 거리연설을 하고 있는 송창욱 씨. 그는 다른 이유도 아닌 바로 '안보'때문에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송동효
지난해 4월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이 폭력으로 연행 당하고, 그가 감옥에서 옥중단식을 하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육사 동문인 신구범 전 제주지사가 양 전 회장의 단식에 동조단식을 하며 해군기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자 참았던 울분이 터졌다.
"저는 학생운동이나 시민운동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느 날 친구랑 술을 마시다가 '구호를 외치거나 운동가를 부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약간은 거슬리기까지 하다'고 털어놨어요. 그랬더니 운동권 출신인 친구가 '내가 기타만 칠 줄 알고 노래만 잘 불렀다면 길거리에 나가서 노래를 하면서라도 시민들에게 강정을 이야기할 수 있을 텐데…'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술김에 '그래? 노래는 내가 하지 뭐, 너는 유인물 나눠주고 서명 받을래?'…" 그렇게 '술김에' 한 약속을 핑계 삼아 그는 고향 제주도의 시내에서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그는 술김에 약속한 대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친구는 유인물을 나눠주며 '제주해군기지 반대' 서명을 받았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열흘이 스무날이 되고… 그렇게 한 달이 넘어갔고 많은 이들이 그와 함께 길거리에 서서 노래 부르며 '해군기지 반대'를 외쳤다.
그는 강정마을 평화활동을 하면서 "세상의 많은 가치들 중에서 생명과 평화가 가장 근본적이고 우선적이라는 신념이 생기게 되었다"고 했다. 또 "동생이나 조카뻘 되는 분들로부터 자연과 환경에 대한 배려, 인간에 대한 사랑 등 많은 것을 배우고 나만의 자만심에 빠져 있다가 내면으로부터 많이 겸손해졌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특히 그는 "강정과 강정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제 생물학적 가족들에 대한 사랑도 더 깊어짐을 느낄 수 있다"며 "딸이 더 생길수록 제 친딸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예의 그 맑은 웃음을 머금으며 행복해 했다.
아무리 '사랑이 깊어지는 상황'이라지만 그에게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다가 지금까지 모두 여섯 번 연행 당했다. 이 가운데 네 번은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맞았고, 한 건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구럼비가 처음으로 폭파되던 날 화약고 앞을 막았다는 이유로 일반 교통방해 혐의로 곧 기소될 예정이다.
그에겐 신념에 찬 행동이고, 새로운 가치를 배운 행복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가족에겐 큰 고통일 수 있다.
"갑자기 잘 하던 학원 때려치우고 강정에 가더니 연행 소식이나 들려오고…. 생계는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하고 막막했을 텐데 잘 견뎌주고 힘을 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저도 생활인임을 자각하고 열심히 경제활동 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활동을 슬기롭게 병행해 나갈 테니 조금만 더 믿어주길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