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사회, 정부의 배임죄

[주장] 정부의 정신건강증진 대책에 관한 푸코적 고찰

등록 2012.06.28 19:13수정 2012.06.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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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정신질환'이다.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엽기적 사회문제를 경쟁하듯 쏟아낸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입을 모아 쌍욕을 하며 혀를 찬다. 사회는 일련의 비정상적 행동들을 엄히 비난하며 동시에 강력한 사법처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러한 행동들의 근원이 무엇인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증진 대책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최소 19번 이상의 정신건강을 측정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정신질환 문제가 매우 심각해 정신적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취지의 목적, 그리고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중을 사회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로, 동시에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이 엿보인다는 것이 그 첫째다.

프랑스 사회학자 미셀 푸코는 18세기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중을 효율적으로 감시하는 권력의 '기술'이 어떻게 변천했는지를 '통치성 이론'을 통해 설파한 바 있다. 봉건사회에서는 특권을 용인하는 시대정신과 권력층의 무력에 의한 대중 통제가 가능했으나, 프랑스 계몽운동을 통해 발현된 자유와 이성에 대한 대중의 열망은 이러한 통제를 거부하게 된다.

특권층은 절박해진다. 대중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충족하며 동시에 권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규율이라는 통치기술이다. 즉 임의의 사회의 규범을 세우고 동시에 그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며 선전한다. 자발적으로 따라오지 않는 대중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권력으로 처벌한다는 메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을 병리화하고, 일정한 프레임에 고착시키며 '자발적으로' 따라오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규율은 특권층의 권력 유지에 용이함과 동시에 자유를 열망하는 대중의 욕구마저 충족하기에 그 위력을 더한다.

두 번째 의문은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다. 이런 '심리적 치료'의 역사는 인간정신의 '근본적 진실'을 찾고자 했던 19세기 말 독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독일에서는 찰스 다윈의 '진화 이론'에 근거해 정신의 근원을 찾으려는 학자들의 연구가 한창이었다.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이뤄진 이 연구의 결론은 정상적인 '나'와 비정상적인 '타인'을 구분하는 인간 이성의 악용이었다. 독일에서는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우생학이란 이름아래 유태인 대학살이 일어난다. 어두운 과거는 차치하더라도, '정신'에 관한 담론은, 그저 특정층의 관점에서 정의된 특정한 사회규범을 마치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진실'인 양 강요하고, 제도화 한다는 점에 그 문제가 있다.

더욱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과학적' 정신심리학은 모든 범죄의 원인은 '비정상적인 당신에게 있다'며, 정작 책임져야 할 정부 및 공공기관에게 면죄부를 준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적·문화적 불합리·불평등·비이성을 치유하려는 근본적인 노력없이 과학이라는 갑옷 아래 단순한 심리 치료만으로 그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졸속 대책 속에, 현 정부의 '꼼수'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참으로 다양한 사회문제에는 참으로 다양한 원인이 있다. 하지만,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경제적 절박함이 그 주된 원인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문제는 국민들이 그러한 극단적인 행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도록 내민 이 정부가, 민생은 나몰라라 하며 특권층의 이윤 극대화에 온갖 힘을 쏟고 있는 현 정부가, 이러한 사회 병폐를 치료하고자 마련한 국가적 발상이라는 것이 고작 '정신질환치료'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또한 살고 싶도록, 제도적 행정적 토대를 마련하기는커녕, 국민들을 단순히 병리화하며 이같은 정신 심리적 치료만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후안무치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입시·취업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저임금, 불안한 고용상태, 비합리적 사법처리, 형편없는 복지 등등... '불합리한 사회'를 지탱하는 이 모든 사회악이 사람을 '미치게' 하고, 살고 싶은 희망을 무너뜨린다. 그런데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심리치료와 정기적 정신검진으로 이것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다수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정부의 명백한 배임행위이다.

정녕 사회의 '정신질환'의 해결을 원한다면 정부는 이런 근시안적 대책보다 국민이 겪는 사회적 분노와 좌절의 인자를 치유해야 한다.  먹고 살 만큼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일, 돈이 없어도 몸이 병들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 및 복지수준을 개선하는 일, 부당한 해고에 고통받지 않도록 노동권을 보장하고 시장경제의 투명성을 확립하는 일, 이러한 상식적인 사회건설이 바로 사람을 살리는 근본 대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인 듯하다. 이 모든 대책이 현 정부 최대의 조력자인 대기업 및 기득권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현 정부는 사회변혁을 위한 곳곳의 요구에 결국 심리치료라는 꼼수를 들고 나왔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저 먼나라 프랑스의 학자 미셸 푸코가 설파한 통치론을 아주 잘 학습하여 악용하고 있는 꼴이다.
#정신건강증진대책 #미셸 푸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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