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서울남부지방사무소의 산업재해 신청서 반려 이유▲사업주 날인 누락 ▲초진진단기관 산재보험 미지정 의료기관 등을 이유로 산재신청 접수조차 거부했다. 당시에는 노동부가 산재보험을 운영했다.
일과건강
송면이의 현실이 언론에 알려지고 노동자 집회에서 작업장 현실이 폭로되었다. 노동부에도 계속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송면이의 문제가 사회에 알려지자 양심있는 지식인, 의료인, 노동자들의 공감이 커졌고 노동부도 마지못해 문송면의 수은중독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 1988년 6월 20일이었다. 산재 인정을 받아 6월 29일 여의도 성모병원 직업병과로 전원을 했지만 이미 송면이는 서지도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해져 있었다. 호흡이 약해지고 응급상황이 자꾸 왔다. 그때마다 송면이 옆에는 문근면씨가 있었다.
"응급상황 때마다 병원에서 전화가 오면 내가 갔다. 7월 2일, 밤에 또 위급한 상황이라고 전화가 왔다. 밤 12시경에 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슴에 관을 꽂았더라. 호흡이 안 된다고 심장에 직접 관을 꽂았다. 그때도 말 한마디 못했다. 괜찮아지려니 하고 주물러주고 있었다. 새벽1시가 넘어가는데 내가 깜박 잠이 들었다. 송면이 침대에 팔을 얹고. 2시 조금 넘었나? 간호사들이 '송면이가 숨을 멈췄다'고 얘기하더라. 나는 그 순간을 못 봤다."문씨는 송면이의 죽음을 시골에 계신 어머니와 형제들, 김은혜 선생에게 알렸다. 김은혜 선생이 박석운 소장에게 연락을 취했고, 영안실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그리고 '이슈화'란 것이 되었다. 언론에 크게 알려지고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관심이 커졌다.
'고 문송면 산업재해 노동자 장례위원회'가 꾸려져 노동부와 회사의 소행을 시민과 사회에 알렸다. 선전, 기자회견, 노동부장관면담 요구, 집회, 회사와 서울남부지방노동사무소 항의방문 등의 활동이 이어졌다. 7월 12일. 유족과 협상대표단, 회사측 사이에서 공개사과와 보상금 합의가 이뤄졌고, 같은달 17일 '고 문송면 산업재해 노동자장'을 결정한다. 문송면은 마석 모란공원 묘지에 안장되었다.
1988년 당시, 문송면 형님 근면씨도 사회 초년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2년 되던 때였다. 송면이의 아픔부터 죽음까지를 함께 했던 형님도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그 힘듦을 견딘 힘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송면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송면이를 빨리 치료해서 건강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별 쌍소리를 해도 송면이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 눈이 뒤집힐 정도였다. 송면이가 짜증도 내고 하면, 당장 앞에서는 뒤돌아섰다가도 얼마나 아프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빨리 치료를 해서 건강하게 해주고 싶었던 게 첫 번째였다.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사촌형들, 이종형들, 김은혜 선생님 등 주변에서도 용기를 많이 주었다."문근면씨는 "송면이가 7월뿐 아니라 20년 이상이 흘렀어도 문득문득 떠오른다"며 "좋은 일이든지, 안 좋은 일이든지, 생일이든지 많이 그립다, 마음에 묻은 거라 잊히지 않는다"며 동생을 향한 진한 그리움을 토해냈다.
사망 후 '고 문송면 산업재해 노동자 장례위원회' 꾸려져 송면이의 죽음 이후 해마다 치른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가 스물네 번째를 맞는다. 첫 합동추모제 때 참석했던 단체나 장례위원회에서 함께 했던 분들보다 새로운 단체나 그때 대학생들이 보건의료인으로 성장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문씨는 15일 동안 장례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같이 밥 먹고, 같이 투쟁하고, 같이 얼굴을 맞댄 분들을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그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열다섯 소년 문송면의 '수은중독'과 사망은 개발독재시대에 숨겨진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 현실과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시작이었다. 1988년의 그때를 선명하게 기억하는 문근면씨는 "지금 세상은 노동자 권리를 많이 찾았다고 해도 아직 문제가 있다"고 한다. 뒤이어 나온 이야기가 삼성의 직업병 문제였다.
"그 복지 좋다는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조차도 산재인정을 쉽게 안 해주고, 암으로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데도, 뒤늦게 해 나가는 거 보면 아직도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있다. 노동자들이 기업에 기여를 하면서 일하며 자기 건강을 못 지키는데도, 기업주는 이익추구만 하는데 아직 급급하다. 세월이 변했어도 어디에선가는 직업병으로 죽어가고 있고, 다치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100% 변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본보기가 삼성이다. 삼성은 최고 대기업인데, 그걸 인정 안 해주고. 가족들이 받는 고통, 노동자들의 고통과 사망 사례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낀다."'삼성'이라는 최고 대기업도 직업병 외면
▲고(故) 문송면 군의 형인 문근면그는 삼성 백혈병 사건을 두고 "세월이 흘렀지만 노동자들의 사망 사례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현정
2012년에서 1988년을 본 것이다. 문근면씨는 "보상보다, 치료가 빨리 되어서 다시 가족으로서 항상 같이 볼 수 있고 같이 살았으면 하는 것이 제일 큰 바람이다, 죽어서 보상을 해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픈 분들 빨리 쾌유할 수 있도록 회사도 적극 협조해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경제, 시간, 마음의 상처 모든 게 다 쌓여 힘들고 시련이 크겠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남은 가족이 이를 악물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질 때 힘 받아서 끝까지 권리를 찾아야 한다"며 이 순간에 힘들 이들을 격려했다.
열다섯. 수은중독. 사망. 고 문송면. 중학생이었던 형이 감기에 심하게 걸렸을 때 학교 근처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주고 비료포대에 사과를 잔뜩 담아와 형에게 건넸던 동생. 그 사과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형님 문근면은 또 다시 7월을 맞는다. 사업주에게 노동자는 사라지면 마는 존재감이지만, 가족에게 그 노동자는 가슴에 묻은, 잊어지지 않는 기억이다. 24주기를 맞는 고 문송면 추모 '2012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를 하늘에서 바라볼, 그가 남겼던 한 마디로 글을 마친다.
"살고싶어…. 병 다 나으면…. 무서운 서울 떠나 농사지으며 엄마랑 살자." <경향신문> 1988년 7월7일자 '행간(行間)' 중에서
2012 송면이를 만나러 지금, 갑니다 |
7월 2일 고(故)문송면 기일을 맞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일과건강에서는 6월 30일(토)~7월 1일(일) 포럼 '2012 송면이를 만나러 지금, 갑니다'를 개최합니다. 1988년 7월은 산업재해 추방운동이 뜨겁게 시작된 해였습니다. 좁은 공간, 미흡한 환기시설에서 수은을 다뤘던 소년 문송면의 수은중독과 사망, 유독가스의 위험성을 몰라 술 때문에 아픈 줄만 알았던 원진레이온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 문제는 '직업병 예방'이라는 본질은 해결되지 않은 채 모습과 대상을 바꾸며 2012년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은 직업병 예방을 위해 필요한 노력과 역할을 찾아보는 자리입니다.
프로그램 <세션1. 지역사회와 노동안전보건운동 6월30일(토) 15:00~18:00> - 발 제 : 노동안전보건으로 말하는 지역운동(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토론1 : 웅상지역 노동자의 더 나은 복지를 위한 사업현황과 시사점(임영국, 화학섬유연맹) 토론2 :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여수·광양만들기 사업본부 사업현황과 시사점(한인임, 일과건강) 토론3 : 안전한 성동만들기 사업현황과 시사점(이창식, 성동근로자복지센터) 토론4 : 대구 성서공단 사업현황과 시사점(김은미, 산업보건연구회) - 종합토론
<세션2. 직업병 수난사와 현시기 과제 6월30일(토) 19:00~21:30> - 발 제 : 지난 30년, 직업병 일지 읽어내기(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토론1 : 현 산업안전보건법이 보여주는 직업병 예방의 한계(주영수, 한림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노동건강연대) 토론2 : 숨겨진 직업병을 드러내기 위한 활동전략(윤간우,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토론3 : 예방으로 이어지는 직업병 투쟁, 이렇게 하자(문길주, 전남지역 노동안전보건활동가) - 종합토론
<2012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 참가, 7월1일(일) 10:30>
포럼 및 추모제 참가 문의 : 일과건강 → 포럼 : 2012. 6. 30~7.1 북한강 연수원(경기 남양주시) 추모제 : 2012. 7. 1(일) 마석 모란공원 위령탑 앞 참가문의 :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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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현정 기자는 일과 건강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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