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을 하고 있는 고은태 교수의 모습.
이차령
하승창 : "정보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트위터를 비롯한 SNS가 효과적인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보완되고 강화되어야 할까요?"
이택광 : "<제3의 물결>에서 앨빈 토플러가 앞으로의 뉴스는 쏘아주는 뉴스가 될 거라고 얘기했죠, 언론사들이 쏘아주는 걸 받아보는 뉴스가 될 거라고요. 트위터는 말 그대로 개인들이 다 언론사가 된 거예요. 내가 추천하는 정보, 내가 읽은 기사 중에 굉장히 좋은 기사였다, 내가 읽은 책 중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런 게 사실은 다 언론의 게이트키핑(뉴스 및 정보의 취사선택) 기능이거든요. 그러니까 옛날에 언론사 편집국이 했던 기능을 이제는 그 수많은 개인들이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게 제가 봤을 때 트위터의 가장 큰 장점이고, 트위터에 구현되어 있는, 굳이 말한다면 민주주의 속성이라는 거죠."
고은태 : "140자 평등주의 안에서 속된 말로 맞짱 뜰 수 있달까요, 그게 누구든 말이죠. 전파력은 차이가 있지만 이 사람에게도 저 사람에게도 보낼 수가 있어요, 네 의견에 반대한다고. 사실 평소에는 그럴 기회가 없잖아요. 그런데 트위터에서는 상대방의 답이야 있건 없건 간에 막 던져볼 수 있고, 괴롭힐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각자의 무대에서 싸우는 콜로세움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하나 생각해볼 문제는 트위터가 편향되어 있다는 거죠. 우파는 담론을 만들어내고 메시지의 생산기능을 가진 사람이 없을까요? 아마 있을 거예요. 근데 우파는 시간이 나면 이런 거 안 해요. 돈을 벌지. (이택광: 친구를 사귀든지) 그러다보니 당연히 트위터 내의 담론의 질과 양에서 차이가 있고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승창 : "'쏘아주는 뉴스'로써 나꼼수는 새로운 미디어 형태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대중이 열광한 나꼼수 현상을 두 분은 어떤 시각으로 보셨는지요?"
고은태 : "나꼼수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첫 번째는 그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한 테크놀로지를 제대로 이용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앉아서 글을 읽을 수 없는 사회, 혹은 책을 읽지 못하는 사회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이동 중에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즉 소비하기 좋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아주 파괴력 있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거죠. 두 번째는 소위 구진보로 일컬어지는 이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인데요, 맨날 공자왈 맹자왈 이러면 당연히 재미없거든요. 사람들한테 더 이상 매력어필 할 수가 없죠. 그런데 나꼼수는 메시지에 매력을, 스타일을 얹을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공감의 양식으로 메시지를 표현할 줄 알았다고 할까요."
이택광 : "지금 현재 우리 삶의 패턴이라는 게 굉장히 흐르는 삶이 됐어요. 유동적 삶이 됐다는 거죠. 그러니까 본방사수가 안 되고 TV같은 것도 IPTV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사실 IPTV가 팟캐스트와 같은 거죠, 언제든지 다운받아서 볼 수 있는…. 문화양식이 소비되는 패턴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거기에 나꼼수가 일찍 눈을 떴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해요. 다른 팟캐스트들도 있었는데 왜 유독 나꼼수였느냐 하면 그 차이는 바로 메시지를 스타일로 만들었다는 거죠. '쫄지마 ○○' 같이 적절한 수사학을 써 가지고 메시지를 굉장히 재미있는 형식으로 전달했어요. 그런 실험적인 스타일이 현재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던 거죠. 거기에 트위터를 통한 파급 효과도 폭발적이었고요. 앞으로도 이런 식의 감수성에 대한 코드가 맞는다면 제2, 제3의 나꼼수도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봐요."
하승창 : "요즘 유행하는 토크콘서트를 보더라도 기존의 권위주의적인 모습과 일방적 내용 전달에서 벗어나 청중과 진행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을 이어나가는 게 특징이죠."
고은태 : "한국 사람들은 스펙터클에 대한 열망이 있어요. 즉, 자기들이 만드는 스펙터클요. 2002년도 월드컵 경기 때 시청 앞 광장에 몇백만 명이 모인 그 원인이 뭐냐고 생각을 해본다면, 물론 첫 번째 원인으로는 축구를 응원하러 갔을테고, 두 번째로는 옆 사람과 공감을 느끼러 나갔겠죠. 그런데 전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뭔가를 보여주자', 거기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고 봐요. 약소국과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항상 억눌려왔던 대중의 욕망이 분출한거죠. 멋지고 드라마틱한 것들을 보며 단순히 공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걸 키워서 웅장한 것을 만들어내겠어' 하는 생각들이 있었던 거죠. 자신들의 지지를 결집해서 창조하는 것, 즉 대중이 스펙터클을 연출하는 거예요. 1987년 6월 항쟁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 2002 월드컵, 나꼼수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모든 기획들이 그랬다고 생각해요."
이택광 : "심리학에서 '피어 프레셔 Peer Pressure'라는 말이 있어요. 동료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을 뜻하는데요. 서로 쳐다보면서 압력을 가하는 거죠. 그러니까 쾌락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거울상이에요. 내가 친구나 다른 이들과 뭔가 함께 할 때 굉장히 즐거워지죠. 왜냐하면 서로서로가 거울이 되기 때문에 서로 비춰주는 거예요. 월드컵 때 시청 앞 광장의 스크린은 굉장히 상징적이에요. 거기에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쾌락의 스펙터클을 보게 된 거예요. 서로를 보는 것도 있지만 거기에 내가 주인공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런 점에서 블로그라든가 인터넷 문화 역시 마찬가지로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인 셈이죠. 지금 가장 극상에 있는 것이 트위터예요. 실시간으로 재현해주는 동영상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작은 손거울들이 모여서 모자이크를 만든 거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굉장히 민주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실 뒤집어서 보면 파시즘이 될 수도 있어요. 전 나꼼수 현상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고 봐요. 키 하나를 잘못 돌리면 전혀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불통을 극복하는 건 결국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