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 위치한 코스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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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나라에는 군대가 없다. 헌법으로 군대를 폐지한 나라로는 세계 최초다. 국가 규모가 작고 변변한 지하자원이 없기 때문에 그닥 외세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국방에 쏟을 예산을 교육과 의료에 쓴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제공되며, 의료 역시 무상이다. GDP가 1만 불도 채 되지 않는 조그만 나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말 잘못 꺼냈다가 빨갱이 소리 듣기 십상인 무상교육·무상의료를 버젓이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타리카는 관광 산업 비중이 굉장히 높다. 특히 국가의 25%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자연 보존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자연을 되도록 훼손하지 않으면서 책임 있게 여행하는 생태관광(에코투어리즘)이 일찍부터 발전했다. 천혜의 자연 환경 덕에 인간이 밥 버는 걸 인지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중화학 공업 따위는 아예 육성하지 않으며,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다른 중남미 국가 중에서 발달한 편이다. 그 외 커피와 바나나 등의 농업 비중이 높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중남미의 작은 나라 사람들이 세계에서 제일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타리카는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하는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자주 1위에 오른다. 지표는 삶의 만족도와 기대수명, 환경오염 등을 포함한다. 신이 선물한 자연을 지키고 가꾸면서 유기농 음식을 먹고 여유롭게 사니까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미국은 105위, 한국은 63위에 머물렀다. 역시 행복은 성적순도, 경제력순도 아니다.
행복지수 1위, 군대도 없는 평화의 나라 코스타리카한국에서 코스타리카에 가기는 쉽지 않다. 다른 중남미 국가도 마찬가지지만, 국내에서 직항 비행기가 없기 때문에 미국 LA 등에서 환승해야 한다. 그만큼 항공권도 비싸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나는 지난 1월부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체류 중이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코스타리카에 다녀올 수 있었다. 미국에서 코스타리카에 가는 건, 우리나라에서 태국이나 캄보디아에 다녀오는 정도로 가벼운 느낌이다. 실제로 그만큼 많은 미국인들이 코스타리카로 휴가를 간다. 캘리포니아 LA나 텍사스 휴스턴, 콜로라도 덴버 등에서 출발하는 직항이 있고 비행시간도 일고여덟 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 아, 일고여덟 시간이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 동서를 횡단하는 데만 비행기로 네 시간이 걸리는 미국에서는, 이쯤은 날아야 비로소 외국 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코스타리카에 대해서 뭘 잘 알고서 간 건 아니다. 사실은 그냥 친구 따라 강남 갔던 여행이다. 학부 시절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유학하고 있는 대학원생 친구가 간다기에 따라갔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작한 겨울학기 내내 매주 백여 쪽이 넘는 리딩 숙제와 거의 매주 한 편씩 제출해야 했던 페이퍼에 시달린 터라, 어디 영어 안 들리는 데 가서(!)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LA에 지사를 둔 한국 여행사의 패키지 투어로 코스타리카에 간다는 친구의 계획이 퍽 좋게 들렸고, 그렇게 우리는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짐을 꾸려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로 떠났다.
재미 교포 패키지에 낀 수상한 이십대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