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방산 정상에서 일행들과 함께 기념 사진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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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왕방산 폭염속 경기도 포천에 있는 왕방산 산행을 하며 보고 느낀 산행길 이야기를 기사화 했습니다. ⓒ 윤도균
20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왕방산엘 간다고 아내에게 고하니 "아니 당신은 뉴스도 안 봐요? 어제 우리나라 6월 더위치고 기상관측이래 백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무더웠고 오늘도 그 못지않은 더운 날씨가 예상된다는데 이 무더운 여름날 젊은 사람도 힘들텐데, 무슨 산에 가느냐"며 "당신은 자기가 무슨 만년 청춘으로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웬만하면 오늘은 하루 빠지고 다음에 날씨 서늘할 때 가라"고 한소릴 한다.
그러면서 한 술 더 떠 '여편네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고 했다며 당신 그렇게 고집 부리다 나중에 누구 고생시키려고 그러냐고 못마땅한 듯 혀를 끌끌 차며 마지못해 도시락을 챙겨 건네주며 조심해서 다녀오라 한다. 걱정하지 마요 산에 갔다 늦지 않게 올게요 하고 부리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부평에서 의정부까지 1시간 40여 분 그리고 의정부역에서 다시 포천행 시외버스를 1시간여 타고 포천시청 앞 정류장에 내리니 9시 반이다.
일행들과 이곳에서 11시에 만나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너무 일찍 부지런을 떠는 바람에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게 됐다. 그런데 마침 '가는 날이 장날" 이라고 이날이 포천 5일 장날이라 재래시장을 한 바퀴 도는데 멀리 왕방산 정상 방향 하늘이 마치 가을 날씨를 연상케 할 정도로 새파란 하늘에 부드러운 목화 구름이 두둥실 흘러가고 있다.
그런 하늘을 보니 아무래도 아내 말대로 불볕 무더위 속에 산행해야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다 보니 마음 한편에 진작에 아내 말을 들을 걸 하는 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인데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어차피 피할 수 없으면 정면 승부를 거는 법. 더우면 더운 대로 인내력을 발휘해 즐거운 산행으로 유종의 미를 얻는 산행을 하면 그것이 바로 여름 산행의 미라 생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