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TV 시장에서는 반값TV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대형유통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32~42인치 크기에 LED 백라이트를 탑재한 디지털 TV를 40~50만원대에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화면캡쳐
온라인 쇼핑몰 큰 손은 바로 40대 남성? "이제 3분 남았습니다, 빨리 서두르세요!"라는 쇼핑호스트의 말만 들으면 가슴이 콩닥거린다는 아내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위에서 열거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가공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라면? 그렇다, 얼마 전 '온라인쇼핑몰의 큰 손은 바로 40대 남성…'이라는 보도는 그야말로 나와 '싱크로율 100%'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7일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온라인 쇼핑 실태'에 따르면 40대 남성이 온라인 쇼핑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한다. 성별로는 남성의 한 달 평균 방문횟수가 6.91회로 여성(10.75회)보다 적었지만 방문횟수 대비 구매비율은 10회당 2.76회로 여성(2.70회)보다 약간 많았다.
또 1회 평균 구매금액도 7만3000원으로 여성 대비 1만3000원 높았다. 특히 40대의 방문횟수 대비 구매비율은 10회당 2.91회로 20대(2.59회), 30대(2.87회)보다 높았다. 열 번 클릭하면 세 번꼴로 구매로 이어졌고, 의류와 신발을 가장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드디어 천기가 누설되고야 말았다. 이젠 장바구니에 담아 두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던 여성들에게 거리낌 없이 돌을 던질 수 있는 중년남성들이 많지 않을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구매 포인트 2배적립 찬스'란 유혹에 눈이 아른거려 기어이 사야 할 물건을 억지로 만들어 내고, 이메일로 보내준 쿠폰의 유효기간 걱정에 바깥 일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으니….
초기엔 시중보다 싼 값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월말에 구매등급이 VIP를 유지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 때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최고등급 도달액을 충당하기 위해 주문할 핑계는 없는지 괜히 두리번거리게 되고, 그렇게 또 마우스 버튼을 누르게 됐다.
어느날 아내는 퇴근한 나를 붙들고 눈을 반짝거리며 자랑을 늘어 놓는다,
"여보, 오늘 애들 서랍장 하나 샀는데 어때?" "뭐? 야! 그거 인터넷에서 사면 모아놓은 포인트에 쿠폰에 게다가 카드 포인트까지 적용하면 몇 만원은 건질 수 있는데… 게다가 구매 포인트까지 적립되고 배송도 공짜란 말야. 도대체,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아휴~, 사기 전에 물어나 보지, 평소엔 전화도 잘하더니 잘난 척은 혼자 다하고… 그러니 살림이 그 모양이지. 아유~ 아까운 돈, 차라리 매장 가서 서랍장 고를 시간에 각종 구매 사이트를 돌며 상품평이나 달면 돈이나 나오지…"제값 주고 서랍장 산 아내, 여기 '맨붕' 하나 추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쇼핑몰 구매 실적이 시원찮아 VIP등급에서 사파이어 등급으로 떨어질까 노심초사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여기 '멘붕' 하나 추가다. 분명 아내는 아무 생각 없이 디자인이 예쁘다는 이유로 줄 돈 다 주고 구매하고도 남았을 것 같은 이 불편한 느낌.
내가 이렇게 계획적으로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경제적인 구매패턴을 가지게 된 건, 내 혈액형이 AB형이라 그런건 결코 아니다. 내가 내 아이디 앞에 VIP마크 올리려고 공들인 게 얼마인데...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선호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시장표'를 2켤레 사기보다는 '나O키' 한 켤레의 신발을 산다. 사실 명품을 선호하기 보다는 브랜드가 주는 가치를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싸게 + 자주' 사는 것을 선호한다. 시장표 키높이 구두와 백화점에서 파는 브랜드 구두는 질적인 차이가 분명 있겠지만 가격차이만큼의 기능적인 면이 차이가 나는지는 의문이다.
나를 비판하고 비난하고 정죄하지는 마시라. 내가 이래 뵈도 5성급으로 불리는 VIP등급이다. VIP는 아무나 되는 줄 아는가. 소쩍새처럼 울고 또 우는 힘겨운 사연을 통해야만 세상에 탄생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