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시리아관 입구라마수가 악과 싸우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노시경
라마수 머리에 뿔과 매듭이 달린 모자같이 생긴 관은 오직 신을 나타내는 조각에만 장식되는 상징물이다. 라마수 뒤로는 한 신상이 벽면에서 앞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이 신상은 물통과 함께 마법의 방울 열매를 들고 있다. 라마수는 대영박물관 앗시리아관 앞에서 지금도 사악한 무리와 불운을 몰아내고 있다.
라마수는 왕궁의 성문과 궁전, 신전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또한 거대한 라마수는 앗시리아의 지배자인 왕을 상징한다. 대영박물관 앗시리아관 입구를 견고하고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라마수는 앗시리아의 왕 사르곤 2세(Sargon Ⅱ)가 살던 코르사바드(Khorsabad) 궁전의 성문이었다. 현재 박물관 안의 조명 아래에 자리 잡은 라마수는 마치 테마파크 입구의 괴물같이 보이지만 초원 지대의 성벽을 막고 있었을 라마수는 당시 성문을 드나들던 사람들에게 무서움과 위압감을 주었을 것이다.
라마수를 찬찬히 보고 있으니 무언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것 같다. 라마수가 멈춰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다. 얼핏 보면 정적인 작품이지만 다시 보면 동적이기에 라마수는 볼수록 모습이 묘하다. 자세히 보니 라마수의 다리가 5개나 된다. 라마수를 측면에서 보면 다리 4개가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라마수를 앞에서 보면 앞 다리 2개는 다리에 힘을 주듯이 힘 있게 나란히 버티고 서 있다. 앞 모습은 정지상태인 것이다.
라마수의 걸어가는 다리는 무릎이 구부려지지 않고 펴져 있어서 부자연스럽다. 라마수의 옆모습은 걸어간다기보다 걸어가다가 순간 멈춘 듯한 동작이다. 몸은 움직이는데 발이 움직이지 않고 땅에 붙어있는 듯한 모습이다. 왕을 상징하는 라마수는 성문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것일까? 마치 라마수는 걷다가 신의 명령을 받고 잠시 멈춘 것만 같다. 라마수는 당시 성문을 통과한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걷는 모습으로 조각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라마수가 악과 싸우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당시 라마수를 만든 사람들이 라마수를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왜 라마수가 이런 동작을 취하고 있는지, 라마수 다리가 원래 5개였는지는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