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휴가 기간에 열리고 있어 0순위로 다녀온 여수세계박람회
최정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군과 관련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 말을 입증하듯 일병 엄마라고 하면 여기 저기 상담을 요청한다. 특히 내가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은 수업이 시간이 되면 군대 이야기 해달라고 조른다. 이제 이런 물음에 상담해 줄 수 있는 역량도 생겼다. 우리 아파트 도색과 자동문 설치, 우리집의 지문 인식 현관자동문, 쇼파 갈이 등 그동안의 변화를 확인한 아들은 "많아 발전했네"라며 군복을 벗었다. 솔직히 아들 입대 후 9개월 만에 내 통장은 흑자로 돌아와 집 단장을 했다.
아들의 학비와 용돈은 남편이 담당하지만, 아들 때문에 남편 몰래 긁은 카드도 만만찮았다.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며 피부과 치료를 요구하면 남편은 "청춘의 심볼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히 낫는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엄마, 엄마" 조르는 아들에게 엄마는 약했다. 175센티미터 키가 로망이라는 아들의 성장에 좋다는 약을 사는 일도 남편은 몰랐다.
"엄마 카드 불쌍하지"라고 하면 아들은 "투자라고 생각해주세요. 나중에 몇 배로 갚아 줄게요" 라고 답하며 모자가 남편 몰래 쏟아 부은 돈이 적잖았다. 그렇게 저지른 돈은 갚느라 낑낑댔는데 아들이 군에 가니 그럴 일이 없어졌다. 별다른 처방을 하지 않아도 아들의 피부는 깨끗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