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보복 다룬 영화 왜 늘었나 했더니...

[대전충남인권학교]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등록 2012.06.20 11:21수정 2012.06.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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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7시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전충남인권연대가 마련한 인권학교에서 '인권'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19일 오후 7시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전충남인권연대가 마련한 인권학교에서 '인권'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심규상
19일 오후 7시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전충남인권연대가 마련한 인권학교에서 '인권'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심규상

"미켈란젤로는 왜 다윗(다비드상)을 할례(포경수술)를 안 한 것으로 조각했을까요?"

 

19일 저녁 7시 대전충남인권연대 주최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김두식 경북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인권 강좌'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1504년, 미켈란젤로는 3년간 공을 들여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 다윗의 청년 시절 모습을 예술적으로 위엄 있게 표현해 냈다.

 

유대교는 율법을 무척 중시한다. 태어나면 할례를 받고, 안식일 등을 철저하게 지켰다. 김 교수는 "이스라엘의 왕인 다윗은 유대인이었으므로 할례를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할례를 하지 않는, 유럽에 살았던 미켈란젤로는 다비드의 성기를 할례 하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들의 할례율이 높은 곳은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을 빼면 미국과 한국뿐"이라며 " "예술품 속 소소한 장면이지만 당시 사회분위기를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의 눈으로 보는 '영화'는 어떻게 다를까? 그는 영화  '아저씨"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과 같은 영화에서 공통점을 찾아낸다. 강간, 어린이 유괴, 폭력 등 불합리한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와 사적보복을 통한 사적 정의실현.

 

김 교수는 "사적 보복을 주제로 한 영화가 왜 갑자기 많아졌다고 보느냐"고 또 묻는다.

 

김 교수는 영화를 넘어 수년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만든 공익광고 '조심조심 코리아' 를 뜯어본다. 광고는 집안에서 아이를 씻기다 핸드폰을 받으러 가는 도중 비누를 밟아 사고를 당하는 아이 엄마, 공장에서 일을 하는 도중 아름다운 미인이 나타나자 한눈을 팔다 기계에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한 노동자의 장면을 보여주며 '안전 앞에 늘 겸손하라'는 캠페인 구호로 구성돼 있다.  

 

그는 "공장에 미인이 지나갈 확률과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려죽을 확률 중 어느 것이 높으냐"며 "결국 옆집 아이가 납치를 당해도, 딸이 살해를 당해도 이는 조심하지 않은 사람들의 책임이고 결국 시민이 믿을 것은 자기 자신 밖에 없다는 얘기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아 국가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사적보복을 다룬 영화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전충남인권연대 인권학교
대전충남인권연대 인권학교심규상
대전충남인권연대 인권학교 ⓒ 심규상

그의 이야기는 2010년 8월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당시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쪽방을 사서 부동산 투기를 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자 "노후대책을 위해 구입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때 이 후보자는 20억의 재산과 연금, 1년 동안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4억 원, 퇴직연금 3600만 원, 모 대학 교수자문료 4000만 원, 상가임대료 4000만 원 등의 수입을 갖고 있었다.

 

김 교수는 "노후대책으로 쪽방을 산 사람이 장관이 되면 국가사회안전망구축을 위해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영화 속에서, 현실의 많은 이야기 속에서 '인권'을 끌어 낼 수 있다"며 "사람이사는 곳에는 어디나 권력이 존재하고 권력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인권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상에서 인권이 침해당하는 사례를 찾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작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인권활동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최근 펴낸 청소년 인권과 장애인, 병역거부자 등 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다룬 <불편해도 괜찮아>는 약 80여 편에 이르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인용해 재미있게 인권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창립한 대전충남인권연대는 지난 12일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의 강연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2층 강당에서 '2012, 인권에게 길을 묻다'를 주제로 '작은 인권학교'를 연다.

 

19일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에 이어 26일(3강)에는 ▲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일중독 사회', 4강(내달 3일)에서는 ▲ 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이 교육현장의 인권을 말한다. 마지막 강좌(내달 10일)에서는 ▲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나서 참석자들과 함께 '인권실천방안'을 고민한다.   ( 문의/ 042-345-1210)

#김두식 #인권학교 #대전충남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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