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표지
임윤수
궁녀와 관련한 궁금증에 대한 답이 <궁녀> 에 들어 있습니다. 궁녀와 관련한 기록을 찾기가 어려운 이유도 읽을 수 있고, 어떤 이들이 궁녀가 되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궁녀는 누가 어떻게 뽑고, 궁녀의 자격은 어떻게 되는지도 알 수 있고, 궁녀들이 하는 일과 궁녀들의 조직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궁녀에게도 하인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몇몇 궁녀들에 관한 이야기는 개인의 일대사처럼 세세하게 기록돼 있어 궁녀로 살아가야 했던 한 여자의 일생을 가늠하기에 충분합니다. 조선의 신데렐라였던 신빈 신씨, 나쁜 궁녀의 대명사가 된 장녹수와 김개시, 조선출신 궁녀로 중국에서 생을 마친 청주 한씨, 중국 출신으로 조선에서 생을 마친 중국인 굴씨 등의 이야기는 궁녀들의 일생을 어림하기에 충분합니다.
무릇 명색이 궁녀인 자들이 기생을 끼고 풍악을 벌이는 짓을 한다. 게다가 액정서의 노예들과 각 궁의 종들을 여럿 거느리고 꽃놀이나 뱃놀이를 하는 행렬이 길에서 끊이지 않을 지경인데도 전혀 근심하거나 꺼리지도 않는다. -<궁녀>214쪽-
남자들, 조선시대 양반들이나 한량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했던 기생들을 궁녀들이 불러 놓고 여흥을 즐겼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비록 평생을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살아야 하는 게 궁녀들의 삶이었지만 그들에게도 인생이 있었습니다.
출세를 하고자 하는 욕망도 있고, 부자가 되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남자를 그리워하는 사랑도 있었고 몸을 뜨겁게 하려는 욕정도 있었습니다. 그들도 인간이고 여자였습니다. 읽는 마음을 아리게 하는 아픈 개인사도 있고, 읽는 가슴을 분노하게 하는 배신도 벌어집니다.
궁녀, 부동산 매입으로 부 축적까지...신랑없이 혼례를 치르기도13년이 흐른 후 상궁 박씨는 또다시 부동산을 매입한다.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매입하지 않고 자신의 남자 종 대복大福을 시켜 매입하도록 했다. 그 사이 노비도 샀다. -<궁녀> 223쪽-요즘으로 말하면 부동산 실명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부를 축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궁중 암투에 휘말리고, 때로는 권모술수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것 역시 궁녀이니 형태와 방법은 바꿀지 모르지만 인간 본연의 사는 모습은 거기서 거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계례 이후의 혼례식에서는 궁녀의 서글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랑 없이 혼례를 치러야 하니 당연히 서글펐을 것이다.궁중에서 계례를 마친 궁녀는 혼인식을 위해 친정으로 나갔다. 부모와 친지들에게 인사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입궁한 지 10∼15년이 지나 이제 성인 궁녀가 되었다는 인사이고, 또 신랑 없는 혼인식을 올리고 영원히 궁중 여인으로 살겠다는 인사인 셈이었다. -<궁녀> 240쪽-신랑 없이 올려야 하는 혼례의 주인공, 궁녀의 삶, 궁녀라는 명칭을 가장 애잔하게 하는 설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포기하거나 금지된 성, '대식'으로 불리던 동성연애로 대신해야만 했던 궁녀들의 애욕과 그러함에도 터져 나왔던 스캔들….
신명호 교수의 <궁녀>는 궁녀들의 복색, 옷매무시와 장신구, 머리모양과 옷차림, 궁녀들의 근무형태와 하는 일, 월급과 처녀감별법과 같은 내용 등도 세세히 담고 있습니다. 궁녀에 관한 것이라면 하나에서 열까지를 상세하게 알게 해줄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궁녀> 신명호 씀, (주)시공사 펴냄, 2012년 5월 30일, 308쪽, 1만3000원
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시공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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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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