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8 예술가 거리. 무기 만들던 공장에서 갤러리로 바뀐 거리.
배지영
기계를 멈춘 무기 공장은 부수지 않았다. 폐허가 된 틀 안에 예술가들을 불러들이자 차츰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그걸 보려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798 예술가 거리라 불리는 곳에 나는 혼자 서 있다. '우리 집 남성동지'들은 노천카페에 있다. 남편은 칭다오 맥주를 마시면서 잠든 꽃차남을 안고 있다. 큰애는 망고 주스를 홀짝이고 있다.
멀리 가도 일상의 습성은 따라온다. 큰애는 '스마트폰님'에 대한 충정이 깊어 모시고 다닌다. 꽃차남은 지금이 맘에 안 든다고, 아까 전으로 (시간을) 돌리라며 성질을 부린다. 생떼를 쓰며 운다. 교집합이 성립될 것 같지 않은 열 살 차이 형제는 자주 싸운다. 몸으로 치고받는다. 이겨도 져도 서로 분하다.
'아들동지'들을 몹시 사랑한다. 그런데도 숨 돌릴 겨를 없는 하루하루가 갑갑하다. 나도 좀 살자. 지난해에는 365일 중 8일을, 세 번으로 쪼개서 혼자 여행을 갔다. 화를 잘 안 내고, 음식을 도맡아 하는 남편이 있으니까. 로또만 당첨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핏줄(나와 우리 아이들) 없는 곳으로 이사가 버리는 것이 꿈인 내 자매가 가까이 사니까.
먼 곳에서 전화해 보면, 학교에 갔어야 할 큰애는 집에 있다. 꽃차남은 나를 찾으며 울부짖고 있다. 폭격 맞은 전쟁터의 아비규환, 내가 없는 우리 집이 그 모양이다. 세월은 간다. 조금만 더 숨죽인 채 견뎌보자. 그래서 올해는 한 번도 혼자 출타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하면 뻥, 날짜까지 잡았지만 몸이 아파서 실패!).
세상에나, 버스에 올라타니 '안내양'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