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쿠데타'... 이집트의 봄 멀어지나

이집트 대선 끝나자 군부 임시 헌법 발표... 사실상 쿠데타 비난

등록 2012.06.19 14:56수정 2012.06.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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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가 민주화 혁명의 결실을 위한 대선을 치렀지만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지난 16~17일 이집트 대선 결선 투표가 끝난 후 최대 이슬람조직 무슬림 형제단의 자유정의당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약 51.8%를 득표하며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를 물리쳤다"는 자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지 언론도 무르시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보도를 하자, 무르시 지지자 수백 명이 수도 카이로 시내로 나와 승리를 기뻐했다.

하지만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밑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샤피크 측도 곧바로 "정부의 공식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르시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2명의 후보가 모두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1일 개표 결과를 공식 발표하게 된다.

후보 2명이 모두 승리 선언?

그러나 정부의 개표 결과가 발표된다고 해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反)정부 성향이 강한 이슬람주의자 무르시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판단한 이집트 군부가 재빨리 손을 쓰고 나섰다.


무바라크 퇴진 후 과도 정부를 이끌고 있는 이집트 군사최고위원회(SCAF)는 투표가 끝난 직후 새로운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자신들이 입법과 예산 편성권 및 헌법 조항 거부권을 갖는다는 임시 헌법을 발표했다.

또한 군의 주요 인사권도 군부가 갖게 되며 대통령은 군을 동원할 경우 군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러한 군부의 움직임에 대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권한인 군 통수권을 빼앗는 사실상 '총성 없는 쿠데타(soft coup)'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군부는 새로운 헌법을 만들 제정위원회 구성 권한도 자신들이 갖겠다고 나서면서 새 대통령이 정권을 잡더라도 군부의 권력을 내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군부는 대선이 열리기 전에도 지난 총선에서 부정 선거가 있었다는 이집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내세워 무슬림 형제단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를 강제 해산하는 명령을 내렸고,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에도 무라바크 정권의 인물이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적 격리법'에 위헌 결정을 내려 샤피크 후보의 대선 출마를 허락하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사실상 쿠데타 움직임... 미국 '경고'

이처럼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자 미국도 견제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이집트 군부가 약속대로 민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군사 및 경제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한국시각) 기자회견에서 "이집트는 전 세계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은 군부가 권력을 계속 연장하려는 의도가 우려된다(concerned)"고 지적했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이집트 군부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민간 정부에 모든 권력을 이양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군부의 움직임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무슬림 형제단이 의회 해산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혀 군부와의 충돌이 예상되면서 이집트 정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집트 대선 #이집트 군부 #무함마드 무르시 #아흐메드 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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