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아직은 더 피어 있어야 할 꽃이 가뭄에 말라 떨어졌습니다.
김민수
햇살은 뜨겁고, 마른 바람 불고, 비는 내린지 오랩니다.
축 늘어진 몸, 밤새 기운을 차렸더니만 아침 햇살만으로도 이미 온 몸이 축 처집니다.
'하늘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물 한 모금만 주었으면....'하는 바람이 간절했지만, 나는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떨어지기로 작정했습니다.
내가 끝내 떨어지지 않으려 고집하며 그 물 함께 나눠먹자고 버틴다면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압니다. 안다는 것은 그냥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고, 그래야 삶입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누구에게 강요하지 않고 떨어지는 길을 택했습니다.
며칠 더 이렇게 뜨거운 날이 이어진다면 나의 떨어짐이 의미가 없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혹시 단비라도 내리면, 그들은 살아있을 것이므로 나는 내 삶을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