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탑의 걸작... 이 정도는 돼야죠

찬탈 당했다가 돌아온 보물, 봉인사 사리탑

등록 2012.06.16 18:51수정 2012.06.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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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탑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번지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서 있는 보물 제928호는, 조선 광해군 때 세워진 사리탑이다. 사진은 서빙고로 옮기기 전인 2006년 3월 21일에 촬영한 자료이다.
사리탑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번지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서 있는 보물 제928호는, 조선 광해군 때 세워진 사리탑이다. 사진은 서빙고로 옮기기 전인 2006년 3월 21일에 촬영한 자료이다.하주성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번지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서 있는 보물 제928호는, 조선 광해군 때 세워진 사리탑과 그 안에서 발견된 여러 사리장치들을 일괄 지정한 것이다. 사리탑 1기와 탑 안에서 발견이 된 6물 6점을 지정했다. 이 사리탑은 영원히 우리 땅에서 볼 수 없었던 것 중 하나다.

보물의 공식 지정 명칭은 '남양주 봉인사 부도암지 사리탑 및 사리장엄구'. 이 탑은 조선시대의 사리를 모셔 둔 탑으로, 광해군은 왕세자의 만수무강과 부처의 보호를 바라며 봉인사의 부도암이라는 암자에 사리탑을 세우게 했다. 사리탑에는 승려의 사리를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탑에는 부처의 사리를 모셔두고 있다.


일본으로 건너갔던 보물 사리탑

봉인사 부도암지 사리탑 보물의 공식 지정 보물 제928호  명칭은 '남양주 봉인사 부도암지 사리탑 및 사리장엄구'다.
봉인사 부도암지 사리탑보물의 공식 지정 보물 제928호 명칭은 '남양주 봉인사 부도암지 사리탑 및 사리장엄구'다.하주성

이 사리탑은 1620년경 봉인사 부도암(경기도 남양주군 진건면 송릉리 소재)에 세워졌던 것이다. 일제시대인 1927년 일본인들에 의하여 고베로 반출되고 그 뒤 대판 시립미술관에 보관됐다가, 1987년 2월에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됐다. 이 봉인사 사리탑은 확실한 연대를 알 수 있는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조선시대의 유물연구에 기초적인 자료가 되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높이 3.08m의 사리탑은 8각의 평면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는 기단은 상·중·하의 세 부분으로 나눴고, 그 위로 북처럼 둥근 탑 몸돌을 올려 사리를 모셔뒀다. 8가의 지붕돌을 그 위에 올린 뒤 꼭대기에는 길쭉한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했다. 보기에도 조선시대의 사리탑 중 걸작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초기 모습을 이은 사리탑의 전형

상륜부 8각의 지붕돌 꼭대기에는 길쭉한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하였다
상륜부8각의 지붕돌 꼭대기에는 길쭉한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하였다 하주성

몸돌 중대석에 새겨진 구름과 당초문양, 꽃잎과 여의주무늬, 상대석 옆면 테두리 속의 당초무늬, 탑신부의 운룡무늬 등에서 새로운 조형적 특색을 엿볼 수 있다.
몸돌중대석에 새겨진 구름과 당초문양, 꽃잎과 여의주무늬, 상대석 옆면 테두리 속의 당초무늬, 탑신부의 운룡무늬 등에서 새로운 조형적 특색을 엿볼 수 있다. 하주성

이 탑의 뛰어난 조형은 기중돌인 중대석에 새겨진 구름과 당초문양, 꽃잎과 여의주무늬, 상대석 옆면 테두리 속의 당초무늬, 탑신부의 운룡무늬 등에서 새로운 조형적 특색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경사가 급한 지붕에 처마  밑으로 서까래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거나, 윗면에 용머리를 새긴 수법 등은 기존의 사리탑과는 다른 형태다.


상륜부가 길쭉하게 올라간 형태나 왕릉의 호석처럼 주위에 난간과 궁판석을 돌린 방식 등은 이 탑이 곧 조선 초기에 제작된 중원의 청룡사의 사리탑이나, 양주의 회암사의 사리탑을 모방하여 조선 초기 사리탑양식을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작 연대가 밝혀진 사리탑


이 탑의 발견 당시 외합 속에는 명주실과 비단, 향이 남아 있었으며, 은으로 만든 내합의 뚜껑에는 마름모형의 무늬를 볼록 눌러새김의 수법으로 낸 후 그 안에 역동적인 운룡무늬를 장식하고 금박을 입혔다. 그리고 이 합의 밑바닥에는 네 줄의 명기와 함께 '만력 48년 경신 5월(萬曆四十八年庚申五月)의 글귀가 새겨져 있어 이 유물이 광해군 12년인 1620년에 봉납됐음을 알 수 있다.

기단부와 난간석 왕릉의 호석처럼 주위에 난간과 궁판석을 돌린 방식 등이 특별하다
기단부와 난간석왕릉의 호석처럼 주위에 난간과 궁판석을 돌린 방식 등이 특별하다하주성

오사카시립미술관에 전시가 되어있던 이 사리탑은, 1987년 소유자인 이와다 센소의 자발적인 기증 반환으로 되돌아 오게 된 것. 이는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는 원소유국에 반환되어야 한다'는 유네스코 협약정신에 의해 돌아오게 된 것이다. 수많은 누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찬탈해 간 일본인 중에 이런 양심적인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놀랍기만 하다.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의 문화유산들. 그 역사 속에서 찬연하게 빛을 발했던 문화재들이, 언제나 돌아와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인지. 제자리를 떠난 문화재들의 빈자리를 볼 때마다 답답함만 더해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본분에 게재한 사진은 2006년 3월 21일에 촬영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본분에 게재한 사진은 2006년 3월 21일에 촬영한 것입니다
#사리탑 #찬탈 #보물 제928호 #남양주 봉인사 부도암지 사리탑 및 사리장엄구 #봉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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