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렁길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오래 전금오도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거나 낚시하러 다니던 길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놓았다.
이돈삼
비렁길은 섬의 허리춤 높이로 해안벼랑을 따라 돌아간다. 왼편으로는 짙은 녹음이 우거진 산속 풍경이 함께한다. 오른쪽으론 탁 트인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파도가 시종 길동무 되어 함께 간다. 길도 대부분 흙길이고 평탄하다. 다소 가파르다 싶은 벼랑에는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길섶엔 고란초, 생강나무, 잰피 등 남쪽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초목이 지천이다. 목이버섯과 산딸기도 흔하다. 꾸지뽕, 머루, 다래나무도 많다.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자연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풍광 멋진 경관 포인트도 군데군데 있다. 용두바위에선 고흥 나로우주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미역널방은 주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을 말렸다는 곳이다. 굴등전망대와 촛대바위는 아찔할 정도로 가파른 벼랑을 이루고 있다.
나무데크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길을 걷다 되돌아보니 '저곳에 내가 서 있었나' 할 정도로 아찔하다.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수달피벼랑은 넓은 바위에 수달이 모여 놀았다는 곳이다. 차분히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벤치가 놓여 있다. 숲의 향기가 달콤하다. 주민들의 소득원이면서 건강을 지켜주는 취나물과 방풍나물, 가시오가피, 머위대 내음도 코끝을 간질인다.
마을에서 만난 윤봉매(83) 할머니는 "맑은 공기 마시며 방풍나물을 많이 먹은 게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