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여수 구백식당에서 먹은 금풍생이구이. 1인분에 1만 2000원, 처음엔 심한 상실감에 빠졌다가 금풍생이 맛을 보고 조금 위로가 되었다.
김종길
이때만 해도 속은 편하지 않았다. 이어 생선을 뜯는 순간 짜증까지 겹친다. 뼈가 억세고 많은데다 살점은 잘 떨어지지 않고 양도 얼마되지 않았다. 여행자의 젓가락질을 보았는지 종업원이 다가왔다.
"이 고기는 원래 살점이 잘 떨어지지 않아요. 뼈가 많아 살점도 적은 편이고… 그래서 머리와 내장까지 먹어요. 바로 요런 것이 별미지요. 오죽하면 이 생선을 샛서방고기라고 했겠어요. 이순신 장군도 최고로 꼽은 생선이지요." 이쯤 되면 괜히 무안해진다. 애써 살점 하나를 떼어내 입안에 넣으니 삼삼하고 고소 담백한 것이 감칠맛이 났다. 두 마리의 생선은 젓가락질 몇 번에 금방 머리와 뼈만 남겨둔 채 사라졌다. 입안에 감돌던 맛도 금방 사라져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군평서니가 표준어이지만 별명은 지역마다 가지각색여수에서 '금풍생이'로 불리는 이 생선은 경남지방에서는 깨돔, 꾸돔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수와는 달리 여행자가 사는 경남에서는 뼈가 억세고 살점이 없어 별로 인기가 없다. 여수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는 이 생선의 원래 이름은 '군평서니'다.
여수에서 주로 구이로 먹는 금풍생이는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긴데, 통째로 구워 고춧가루와 실파 등을 넣어 만든 간장을 끼얹어 내온다. 뼈가 억센 금풍생이는 속살을 발라 먹고 내장도 같이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뼈만 남기고 싹 훑어 먹으라는 것이다. 이렇게 먹는 방법에 외지인들은 조금 당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맛은 일품이어서 여수에서는 '본서방에게는 안 주고 샛서방에게만 몰래 차려 준다'고 해서 '샛서방 고기'라고도 부른다. 아마 호사가들이 이 고기가 너무 맛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지어준 별명이 아닌가 싶다.
맛에 대한 칭찬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오죽하면 "굴비가 울고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겠는가. 살이 별로 없는 데 비해 내장과 머리까지 다 먹을 수 있는 이 생선을 두고 '먹어도 한 접시 안 먹어도 한 접시'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내장까지 빠짐없이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고 머리까지 아작아작 씹어야 금풍생이의 맛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고들 한다.
생긴 것도 특이한 이 생선이 금풍생이(군평선이)라 불린 것과 관련해 이야기 하나가 전해져온다. 임진왜란 직전에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했을 때 어느 날 이 생선이 식탁에 나왔는데, 너무 맛이 좋아 시중을 드는 관기에게 고기의 이름을 물어 보았더니 관기는 물론 아무도 이 고기의 이름을 몰랐다고 한다.
마침 장군의 시중을 드는 관기의 이름이 '평선'인지라 "그럼 이제부터 '평선이'라 불러라"해서 '평선이'가 되었다가 구워서 먹으면 맛이 더 좋아 평선이 앞에 '군(구운)'자가 붙기 시작하면서 '군평선이'라는 이름이 전해왔다는 이야기이다.
금풍생이는 표준어로는 군평서니인데 이만큼 별명이 많은 생선도 드물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군평선이'로 쓰고 있고, 전남에서는 '금풍생이'나 '금풍쉥이', '쌕쌕이', '꽃돔'으로, 경남에서는 깨돔, 꾸돔으로 불린다. 특히 서로 다르게 생긴 등지느러미가 얼레빗 같기도 하고, 참빗 같기도 해서 얼게빗등어리, 챈빗등이, 딱때기, 딱돔, 쌕쌕이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