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을 비롯한 쇄신파 의원들이 3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국회에서 실천할 국민과의 7대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임해규, 구상찬, 남경필, 황영철, 홍일표, 김세연 의원). 이날 이들은 4.11총선 공약으로 ▲국회의원의 기득권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국회폭력방지법 제정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학력차별금지법 제정 ▲경제민주화 내용의 7대 약속을 발표했다.
유성호
검토해야 할 수 많은 논점이 있을 수 있지만 몇 가지만 추려서 확인해보도록 하자. 첫째,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우리 헌법이 순수한 '자유 시장 경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주의적 통제경제는 더욱 아닌, 그 사이의 다양한 혼합경제의 하나로서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보장을 근간으로 하여 독과점의 폐해를 막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하여 국가의 경제 간섭을 요구하는 경제 질서다.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는 경제재의 생산과 분배가 자유경쟁원칙 하에서 행해지며,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한도 내에서 국가의 경제 관여가 정당화되는 경제 질서를 말한다.
우리 헌법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의 판시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때문에 2000년대에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진 분위기에 편승해 전경련이나 보수 쪽에서는 119조 2항 경제 민주화 조항을 삭제하자는 개헌을 주장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번 세미나에서도 또 다시 119조 2항을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이 아닌가. 따라서 우리 헌법이 자유 시장 경제 질서에 충실하고 있다는 주장은 부합하지 않는다.
둘째로, 따라서 헌법 119조 1항(개인과 기업 활동의 자유)을 '원칙'으로 119조 2항(경제 민주화를 위한 국가개입)은 '예외'로 단순 구분하는 방식도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경제 민주화 조항만 보더라도 ① 국가의 적정한 소득 재분배 역할 ② 독점에 의한 시장실패에 국가 개입 ③ 경제 주체들(자본과 노동 등) 사이의 세력 불균형에 국가 개입 등으로 폭넓게 규정되어 있다.
더 나아가 헌법 경제 분야에서 119조 이외에 120조~127조까지 국토자원과 농지 등에 대한 사적 소유 제한과 중소기업 보호 의무, 대외무역 규제 등까지를 포함하여 고려한다면 경제 민주화가 '예외' 조항이라는 근거는 희박하다.
"우리나라 헌법상의 경제 질서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모순과 폐해를 시정하기 위하여 국가가 경제활동에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점에서는 독일이나 미국의 경제 질서와 마찬가지이지만, 사회 정책적 고려를 위한 규제에 있어서는 독일보다 훨씬 약하고, 산업간·지역간 균형 있는 발전과 경제 주체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려고 하는 경제 정책적인 고려를 위한 규제에 있어서는 미국이나 독일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경제법> 권오승, 법문사, 2011)고 한 대목도 맥락을 같이한다.
재산권은 수많은 기본권 중 일부일 뿐셋째로, 사적 재산권과 기업 활동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37조)는 조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보수 세력은 유독 강조한다.
그러나 헌법 37조항은 사실 재산권뿐만 아니라 국민의 모든 기본권을 제한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밝힌 항목이다. 말하자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31조), 근로의 권리(32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34조) 등도 동일하게 37조의 적용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 기본권들은 현실에서 서로 충돌하기도 하며 따라서 재산권만을 유독 강조할 수는 없다.
특히 재산권은 자연권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고, 각 개인이 소유한 자치권의 하위 범주 차원에서 인민과 인민의 대표들이 사적 소유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적 재산권의 제한 범위는 37조가 아니라 액면 그대로 23조 1, 2, 3항 규정을 해석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사적 재산권을 기본권으로 보호하되 공공복리에 따라야 한다면서 재산권을 상대화시키고 있고, 동시에 '공공의 필요에 따라' 사적 재산에 대해 국가가 보상을 전제로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그 누구도 "정당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생명, 자유, 재산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미국 수정헌법 5조보다도 훨씬 강력한 제한 규정이다.
흔히들 6월 항쟁으로 쟁취한 1987년 헌법에서 헌법 119조 2항인 경제 민주화 조항이 전격적으로 삽입되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헌법 전문의 경제적 민주주의, 재산권 제한 조항 등은 제헌헌법부터 있었다.
우선 헌법 전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는 대목은 제헌헌법부터 내려오는 항목인데, 우리나라가 정치적 민주주의와 아울러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를 건국의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음을 천명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마찬가지로 재산권 조항도 현행 헌법이 제헌헌법부터 내려오는 내용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인데, 사유 재산권은 보장하되, 국가는 이를 공공필요를 위하여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선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그 이후에도 이런 맥락은 계속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사적 재산권을 자연권처럼 인정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서구와 달리 조선시대까지 국가소유를 기본으로 했던 동양의 역사적 전통과, 해방 후 사회주의 세력이 매우 강력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제헌헌법부터 존재했던 경제 민주화 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