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송봉 기암 모습이다.
윤도균
그러니 어쩌겠는가? 요즘처럼 편한 전자 문명의 세상에 뭣하러 비싼 돈 들여 10일도 더 걸리는 공문을 보낼 수 없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일일이 연락을 하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번 산행에 불참한다는 회원이 참석한다는 회원보다 곱절로 많았다. 남산에서 약속할 때는 동창들 대부분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처럼 예정된 산행을 포기하기엔 숫자는 많지 않지만, 산행에 참석기로 한 7명 회원의 의지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래서 지난 12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송추푸른마을 아파트 정류장에서 일행들과 만나 산행을 시작했다. 2008년 여성봉, 오봉 산행 때와 달리 송추 입구에는 '서울도시 외곽순환고속도로' 교각이 마을 입구를 가로질러 지나는 그 아래서 산행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곳 송추 입구도 4년 전보다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다. 밤나무 숲길을 지나 고즈넉하게 이어지던 층층 계단 전답 자리엔 '송추이주단지조성예정지'란 표지판이 붙어 있고 벌써 몇 해째 농사를 안 짓는 듯 전답엔 잡초만 무성하다. 그런데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평소 꾸준한 산행으로 몸이 단련된 몇몇 회원은 처녀 산행이라 힘들어하는 동창들은 안중에도 없는지 여성봉 매표소 지나자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몇몇 동창은 들머리 초입부터 무리 산행을 하는 바람에 숨을 몰아쉬며 많이 힘들어한다. 그런데다 여성봉 오봉 가파른 오름길은 초행 산꾼이 소화하기엔 무리가 될 정도로 암릉 비탈길을 올라야 하기에 어려워 뒤처진 친구는 나중엔 점점 더 뒤처져 아예 일행들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앞선 친구들은 전화로 아니 뭐하는데 왜 빨리 오지 않느냐고 성화를 한다.
그런 친구들 성화를 대하며 아니 오랜만에 만난 60년 지기 초등하교 친구들과의 산행이 무슨 '누가 누가 산행 잘하나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많이 힘들어하는 여자 회원을 나 몰라라 뒤에 남겨 두고 나까지 모르는 척 앞서갈 순 없는 일 아닌가? 힘들어하는 여자 동창 손을 잡고 조심조심 당겨 주며 힘들게 여성봉에 오르니 이 친구 이제 더는 다리가 후들거려 산행을 못하겠다고 포기를 하겠단다.
그런 친구를 달래 잠시 그늘에 휴식을 취하며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따라 주며 목을 축이게 하니 잠시 후 산행을 포기하겠다던 친구 얼굴에 화색이 돌며 오봉 정상까지 거뜬히 올랐다. 그 친구는 나란히 늘어선 오봉을 내려다보며 아름다운 비경에 감탄하며 그동안 왜, 자신들이 시간 있을 때 산행을 멀리 했었는지 후회가 된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