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각로 마을극장 폐건물을 마을극장으로 만들다
유경
어르신들이 극단을 만들어 자신이 살아온 기억과 마을의 역사를 연극으로 꾸며 벌써 몇 년 째 공연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진작 들었지만 벼르고 별러 이제서야 나선 길이었다. 극단의 정식 이름은 '문화봉사단 실버극단 학산'이다. 무료 초청 공연을 하는 '문화봉사단'이며, 65세 이상이 모인 '실버극단'이고, 인천시 남구 학산문화원 소속이어서 '학산'이다.
마지막 리허설을 하는 할머니들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감돈다. 여러 곳에 공연을 다니면서도 늘 긴장되실 거라 짐작하며 자리를 잡고 앉는다. 기둥 사이로 현수막이 걸려 있는 쪽이 무대, 플라스틱 의자와 목욕탕 깔판이 깔려 있는 쪽이 객석이다.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날은 언제였는지 모두가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 가운데 다섯 가지를 골라 살을 붙여 극으로 꾸몄다. 순이와 용팔이의 첫사랑에서부터 동생을 등에 업고 학교에 가 친구들의 어깨 너머로 공부하던 기억, 학생 출입 금지였던 극장을 몰래 드나들던 추억, 조실부모하고 고모댁에 얹혀 살던 시절에 극적으로 결혼을 하게 된 사연, TV와 전화기가 있는 옆집에 너나 할 것 없이 신세를 지던 시절의 에피소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