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숙소
우현미
술 마시고 노는 음주가무가 아니라, 음(소리-音) 주(만들-做) 가(집-家) 무(일. 힘쓸-務)이다. 우리의 소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아름다운 소리이다. 신비롭고 깊은 맛이 느껴지는 판소리. 힘과 열정에 세계인들의 혼을 쏙 빼놓는 사물놀이는 물론이요, 그냥 우리의 '말' '언어' 자체가 과학이자 국보임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거기에 만드는 손재주는 또한 어떤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은은한 색채와 도예 기술을 비롯하여 지금도 세계적인 만들기 대회란 대회는 다 휩쓸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정교한 손기술의 근원은 아마도 젓가락 사용이 한 몫 하지 않나 싶다. 중국, 일본에 비해 쇠로 되어 있고 얇아서 더욱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한 한국식 젓가락질이 손재주의 비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청년들이나 아이들이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참 답답하고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난 오른손잡이인데 가끔은 치매 예방과 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많이 불편하고 바보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왼손 젓가락질도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 유럽여행을 갔을 때 독일의 뮌헨 역에서 '스시'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젓가락으로 먹고 있자니 옆에 있는 외국인들이 우릴 자꾸 쳐다보며 수군거린다. 왜 저러나 하고 보니 자기들도 젓가락으로 무언가 열심히 집고는 있는데 잘 되지는 않고 손목에 힘을 주다가 나중엔 몸까지 틀어지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별일 아닌 거 같아도 젓가락질은 쉽게 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중 하나이다.
'우리 인간적으로, 젓가락질은 좀 제대로 합시다.'그리고 또 하나는 건축이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을 많이 봐왔다. 이태리의 콜로세움, 판테온, 두우모 성당, 베드로 성당.. 바르셀로나의 자랑이자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가우디의 작품들을 비롯해 세계건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일본의 청수사, 금으로 도배를 해논 금각사 그리고 동남아 최고의 건축물 앙코르 왓까지 어지간히 유명하다 싶은 건물은 다 가봤지만, 진정 고풍스럽고 안정적이며 섬세한 건축물은 단연 한옥임을 느끼고 또 느껴왔다.
지진이 나도 그냥 무너지지 않는다는 과학의 한옥인데 지금은 한옥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 서울의 시청이 완벽한 현대식으로 새로 지어졌음에 많이 아쉽고 속도 상한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드는데 이젠 정말 이 보물들을 잘 지켜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가장 큰 무기는 일에 대한 성실성이다. 본성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민족인 한국인은 이제 어디에 나가서도 뒤지지 않고 이끄는 리더가 되어가고 있다. 다른 민족의 수십 배 수백 배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우리민족은 지금껏 힘든 환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무(務)가 아닐까? 어찌보면 터키나 이란처럼 자연.자원환경이 좋은 나라일수록 교육열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인데 그런 환경을 타고나지 못한게 나쁜 점은 아니겠구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멀리 터키에 와서 보니 내 나라가 더욱 잘 보인다.
'갑자기 생각을 많이 했더니 더 배고프네. 식당이 어딨지? 젓가락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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