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의 꿀을 빨고 있는 삿뽀로수염치레꽃등에. 노란 무늬가 쌍살벌을 닮았다.
김현자
그리고 머리를 자세히 보면 꿀벌은 겹눈이 작고 더듬이가 길어서 ㄱ자 모양으로 꺾여 있어요. 꽃등에는 얼굴 대부분이 눈으로 되어 있을 만큼 겹눈이 매우 크고 반대로 더듬이는 짧아서 털 하나가 삐죽 나온 것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구별하기 어려울 때는 뒷다리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어요. 꿀벌은 뒷다리에 꽃가루를 저장하는 부분이 있어서 꽃가루를 한덩이씩 묻히고 다녀요. 그러나 꽃등에는 꽃가루를 모으는 습성이 없어서 다리에 꽃가루 덩어리가 없어요. 날아다니는 모습도 꿀벌은 붕붕거리며 조금 무거운 듯 날지만, 꽃등에는 맨손으로 잡아도 아무런 해가 없어요.
-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에서
이즈음 엉겅퀴꽃 옆을 지나다보면 큰줄흰나비나 작은 벌들이 다툼을 하듯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바삐 날아다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꿀벌 사이에 벌 같은데 왠지 좀 작고 무언가 허전한 느낌의 벌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꽃등에'일 가능성이 많다. 아니, 그간 유심히 살펴봤는데, 벌은 한 마리도 없이 모두 꽃등에일 때도 많았다.
꽃등에는 꿀벌을 흉내 내는 작전으로 살아가는 곤충으로 유명하다. 꽃에서 꿀을 빠는 것까지 꿀벌과 같다. 하지만 벌과 달리 침이 없어서 손으로 잡아도 절대 쏘지 않는다. 전 세계에 6000여 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170여 종이 살고 있는데, 꿀벌을 흉내 낸 것, 말벌을 흉내 낸 것, 뒤영벌을 흉내 낸 것 등 저마다 닮은 벌 종류가 있단다.
사실 꿀벌과 꽃등에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꿀벌은 벌의 종류라 날개가 2쌍, 즉 4장이고 꽃등에는 파리 종류라 1쌍, 즉 2장이다. 그런데 꿀벌의 뒷날개가 앞날개보다 작아서 앞날개와 뒷날개를 서로 붙여서 사용하기 때문에 1장처럼 보인다. 그래서 언뜻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처럼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있다.
벌에 민감한 우리 아이들은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것은 모두 침을 쏘아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벌'로 생각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사람을 잘 쏘지 않는 꿀벌이나 먹이를 끌고 가다가도 사람이 보이면 우선 도망치고 보는 나나니, 벌과 언뜻 비슷하지만 결코 벌이 아닌 꽃등에 등도 말이다.
꿀벌과 나나니, 꽃등에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 구별할 수 있다면, 어떤 벌이 무섭고 어떤 벌은 괜찮은지, 쏘일 위험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을 알면 두려움은 훨씬 줄어들 텐데 말이다. 이런 바람으로, 어른이건 아이들이건 곤충에 대한 잘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혐오감을 줄어들길 바라며 읽은 <곤충이 좋아지는 곤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