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 음성 통화 서비스 '보이스톡'
김시연
"잘 들려? 이제 통신사 없어도 되겠네."
카카오톡이 드디어 '날개'를 달았다. 국내 이용자들도 4일부터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무료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발끈했다. 카카오톡은 "보이스톡은 절대 전화나 무료통화가 아니고 전화를 대신할 수도 없다"고 한껏 몸을 낮췄지만 SK텔레콤은 "음성통화시장에 무임승차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무료 문자'에 이어 '무료 통화'를 놓고 통신사와 카카오 간에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보이스톡' 열흘 늦장 출시, 이통사 눈치 보기?이미 예견된 싸움이었다. 카카오톡은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베타 서비스하던 '보이스톡'을 전 세계로 확대하면서 유독 한국만 빠뜨렸다. 당시 카카오 관계자는 "국내도 기술적으론 문제없지만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때까지 보류한 것"이라며 "조만간 국내에서도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이통사 견제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회사 정책 문제인데 통신사와 사전 협의할 이유가 없다"고 딱 잘랐다.
이통사 눈치 보기였든, 전 세계 4600만 가입자 가운데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서비스를 앞둔 '숨고르기'였든 그 시차는 단 열흘에 불과했다.
그사이 눈치 빠른 일부 국내 사용자들은 일찌감치 보이스톡을 쓰고 있었다. 이미 지난달부터 카카오톡 프로그램을 손보는 방법이 담긴 글이 트위터 등에 돌아다녔다. 이통사에서 미처 보이스톡을 제한하지 않은 탓에 와이파이(무선랜)뿐 아니라 3G망에서 또렷한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무료 인터넷전화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다음 '마이피플', 네이버 '라인' 등이 이미 지난해부터 무료음성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파급력은 약했다. 이통사들의 서비스 제한도 한몫 했지만 카카오톡에 비해 이용자수도 적었고 3G 연결시 통화 품질 문제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가까운 친구나 연인, 가족 간 장시간 통화 같은 틈새를 공략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 상대는 스마트폰 가입자라면 누구나 쓴다는 카카오톡이다. 당장 음성통화 매출 감소가 뻔한 이통사들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SK텔레콤은 4일 "mVoIP는 이통사 음성통화를 대체하는 서비스로 mVoIP의 확산은 산업 발전, 이용자 편익, 국익 등을 저해하는 문제를 초래"한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통사 매출이 감소하면 장기적으로 기본료 등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실제 미국과 네덜란드에선 mVoIP를 허용하는 대신 요금을 올렸다며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방통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mVoIP를 부가서비스가 아닌 기간통신사업자 역무로 봐야한다는 통신사, 기존 음성통화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는 카카오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며 "양쪽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