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생실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연아 선수.
정혜정
교생실습을 시작하기 전 3월, 김연아는 갈라 프로그램을 공개한 기자회견에서 아이스 쇼 이후 일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아이스 쇼가 끝나자마자 교생실습에 들어가게 되는데 걱정이 많이 돼요. 사범대 학생이면 다 겪는 일인데 특별히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는 현장에 가봐야 알 것 같은데, 혹시나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웃음)."
지난 4일, 김연아의 교생실습이 끝났다. 5월 8일부터 4주간 진선여고에서 교생실습 과정을 마친 김연아는 지난 3월 자신의 발언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내 예상이) 반은 맞고 반은 빗나갔네.'일부 교수들, 김연아의 교생실습 문제 삼아 졸업을 앞둔 사범대생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교생실습. 사범대생 김연아의 교생실습에 지나친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한 달 간 김연아 교생실습은 언론뿐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사 중 하나인 듯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김연아 교생실습' '진선여고 김연아' '김연아 교생패션' 등의 말이 꾸준히 올라왔고, 교생실습과 관련한 기사와 칼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정희준 교수가 쓴 '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5월 14일)'과 '아이유와 김연아, 누가 진짜 '바보'인가?(5월 21일)'칼럼이 논란이 됐다. 21일 자 칼럼에서 정 교수는 "학업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김연아가 교생실습까지 나가게 됐고, 교생실습 중에도 자신의 강의 시간을 채우지 않고 일찍 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의 글에서 피동형 표현과 가정형 문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라고 알려졌다, ~듯 하다, ~했다면 ~했을 것이다'. 사실에 기반한 근거를 제시해 논리를 주장하기 보다는 입증되지 않은 것들을 엮어 글을 쓴 것이다.
지난 5월 22일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한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김연아 교생실습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고요. 교생실습을 한 번 간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거겠죠."
이어 황 교수는 "김연아 선수가 국가적인 일이나 개인적인 일로 외국에서 주로 훈련 받고 외국을 다니는데, 수업을 안 들었다고 해도 학점을 인정해주고 졸업을 시켜주는 그런 학교 인가 봐요?"라며 김연아가 대학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커리큘럼 모두 이행... 교생실습 문제 없다"김연아는 2009년 체육특기자로 고려대에 입학했다. 대학진학을 고민하던 2008년, 고려대는 "김연아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올림픽을 비롯한 선수로서 활동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1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김연아는 그동안 해외에 체류하며 사이버 강의와 리포트 제출로 대체했던 대학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트위터에는 학교 식당에서 밥 먹는 김연아의 모습과 강의실에서 동기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고,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학교에서 연아를 보니 사인 받고 싶었지만 연아의 일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멀리서만 지켜봤다" "학생들 사이에 둘러싸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등의 김연아 등교 인증 후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김연아 과 동기라고 소개한 학생은 JTBC 리포터의 "김연아 선수는 10번 출석해야 할 수업이라면 몇 번 정도 출석하는가"라는 질문에 "거의 9번"이라고 답했고, 교생 실습 수업을 같이 들었다던 또 다른 학생도 "교생수업 가기 전까지 수업에 다 잘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서태열 고려대 교수(김연아 입학 당시 입학처장)는 JTBC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무리없이 수업을 다 수강했고 학사과정을 이행했으면 교생실습에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해 정해진 커리큘럼을 모두 이행한 김연아가 교생실습에 나가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황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확인한 적도 없으면서... 어이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