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정경대 학생회는 6월 1일 대자보를 통해 이만우 교수의 의정활동으로 인한 수업권 침해에 대한 입장, 남은 기간 후속 대책, 거취문제에 대한 해명을 이 교수에게 요구했다.
고재연
"미시경제이론 벌써 종강한대!"경제학과에 다니는 친구의 이야기다. 한참 과제다 퀴즈다 바쁜 시기에 뜬금없이 종강이라니. 이유를 물어보니 19대 국회 개원 때문이란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한 경제학과 이만우 교수가 국회 입성 때문에 더는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친구는 당장 수업이 없으니 좋긴 한데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4·11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이만우 교수가 19대 국회 개원을 이유로 재정학 수업은 5월 29일, 미시경제이론 수업은 5월 31일을 끝으로 종강했다. 고려대학교 학사일정대로라면 시험기간을 빼고서라도 6월 둘째 주까지는 수업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참여 교수를 뜻하는 '폴리페서(Polifessor)'. 이들이 정치참여를 이유로 자신의 본업인 강의에 소홀하여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
한 학기 수업의 4분의 1 휴강... 해당 교수 "다 가르쳤다"친구가 듣는 미시경제이론은 일주일에 두 번씩 16주간 진행되는 수업이다. 2주 이른 종강 이외에도, 교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개강을 남들보다 1주일 늦은 3월 15일에 했다. 교수의 임플란트 시술을 이유로 했던 1주일간의 휴강까지 합하면 이번 학기에만 총 4주간 아예 수업이 없었던 셈이다. 16주 수업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공식 수업일수의 4분의 1이 '휴강'이다.
3월 말 이만우 교수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직후,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는 이 교수에게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 문제에 대한 질의서를 발송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이만우 교수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수강생들의 불편함이나 피해가 없도록 강의를 계속할 계획이에요. 6월 초순까지는 강의를 계속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것이며, 충실한 의정활동을 통해서 학우들에게 보답할 계획입니다."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던 교수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일까?
"요새 내 수업에 대해서 정경대 학생회가 대자보를 붙였던데, 정작 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은 불만이 없을 것 같아요. 가르칠 것은 다 가르쳤기 때문에 종강하는 겁니다."미시경제이론 수업 종강 날, 이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 이야기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해당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견해를 직접 들어봤다.
"처음부터 일찍 종강할 생각이셨는지 진도를 너무 빠르게 나가시는 바람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이론적인 부분에서도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강의 내용에서 가끔은 편향된 시각을 보여주실 때가 있는데, 그런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봐요. 그렇지만 이런 식의 겸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에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교수로서 매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학문에서 '다 가르쳤다'라는 것이 과연 쉽게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다. 그리고 학기 초에 교수가 미리 이런 사정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는지 묻자, "전혀 몰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개강 자체가 남들보다 1주일 늦은 3월 15일이었으니 사실 수강신청 정정기간도 지난 이후였다.
학생들은 이러한 교육권 침해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말할 곳이 없다고 했다. 종강 이후에 실시되는 강의평가에 쓰려고 해도 이미 다음 학기에는 수업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4주간 수업 하지 않아도 '월급'은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