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챈트를 하며 박수를 치는 학생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발표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장선애
기자가 찾아간 5월 30일, 학교에서는 '영어교과서 외우기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이 학교는 바로 전날 예산읍에서 2명이 전학을 해와 전교생 수가 19명이 됐다. 형제가 있는 가정이 있어 가구수로는 16가구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인데 이날 참석한 학부모는 모두 11명으로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읍내 학교와 달리 학부모들은 다른 행사에서도 높은 열의를 보인다고 한다.
행사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출연해 학년별로 영어 노래와 챈트, 교과서 외워 발표하기가 차례로 진행됐다. 이 학교 학생들은 이날 뿐만 아니라, 다른 행사와 대회에도 참가할 기회가 흔하다. 교실 한칸 크기의 특별실에는 학부모와 교사, 학생 등 30여명이 들어서 활기찬 분위기 속에 행사를 이어갔다.
매일 1시간씩 토크장학생인 원어민교사와 함께 모든 아이들이 학년별로 영어수업을 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아도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아이들은 실수를 하더라도 어른들의 박수를 격려삼아 기죽지 않고 밝은 표정과 큰 목소리로 발표를 마쳤다. 마무리는 방과후수업에서 익힌 기타연주와 영어노래 공연이 장식했다.
학생수가 적으면 교육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며 통폐합을 권장하는 교육당국의 논리와는 다르게 조림초의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들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행사가 끝난 뒤 진행된 학부모들의 다과 시간. 학교통폐합에 대해 묻자 격앙된 목소리의 호소와 성토가 쏟아졌다.
"제발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우리 학교에 한번 와보셨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생활을 보면 그런 얘기 못한다. 우리 학교가 얼마나 좋은데, 학생들,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우리 학교만큼 높은 학교 찾기 어려울 거다."학부모 유혜련씨는 이 학교 방과후 컴퓨터 강사로 일하던 중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열정에 반해 4년 전 두 아이를 예산읍의 학교에서 조림초로 전학시켰다.
유씨는 "무엇보다 아이가 학교를 너무 좋아한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다른 학교 컴퓨터 수업이 너무 늦어져서 아이와 연락이 되지 않은 채 어둑한 저녁이 됐다. 귀가하지 않아 찾아보니 학교에 있더라. 너무 놀라운게 고학년 형들도 가지 않고 동생과 놀아주며 돌보고 있었다. 정말 기분좋은 충격이었다"라고 실례를 들면서 "우리 학교는 초등학교 때부터 위계질서를 찾는 큰 학교와는 비교도 안 된다. 또 선생님들은 물론, 급식실 조리사님까지 아이들의 특성, 식성 등 부모보다 아이들을 더 잘 안다. 정말 모두가 형제 같고 가족 같은 곳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협박은 '너 그러면 전학시킨다'일 정도다"라며 자랑을 했다.
그 뒤 열렬한 조림초 전도사가 되어 스스로 아파트에 홍보전단지를 붙이고, 아는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좋은 학교가 있다"며 적극 추천한다.
"현장도 안 와 보고 통폐합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