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국내 뿐 아니라, 국외 손님들도 수업 참관을 하러 많이 오십니다. 에르끼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님이 오셔서 창의음악수업을 참관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춤과 노래를 부르고 계십니다.
이부영
몇 해 전 지방교육청 수업실기 대회에서 우수교사로 뽑힌 교사가 공개수업을 한다는 공문을 보고 수업을 보러 갔습니다. 가기 전 물어보니 그 교사가 수업을 잘 한다고 사람들마다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얼마나 수업을 잘 하길래 칭찬을 그렇게 할까 궁금했습니다.
공개수업은 1학년 아이를 대상으로 즐거운 생활 교과를 했는데, 수업 목표가 '창의적인 리듬감 기르기'였습니다. 그런데 가서 수업을 보니 저런! 창의적이기는 커녕 아주 아주 오랜 옛날에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우리 담임선생님이 하던 그 수업 그대로였습니다.
칠판에 제재곡 확대악보를 걸어놓고, 두 마디씩 음표가 그려진 리듬카드를 보여주며 '같은 리듬 몇 번 나오나 찾기', '2/4박자는 한 마디에 몇 박자가 들어가는지 답하기', '2/4박자의 셈여림 찾기', '센 박과 여린박에 어울리는 악기 찾기', 그리고 리듬합주하기인데, '강약강약' 셈여림 치고 나서, 리듬합주를 하는데, 리듬합주를 미리 연습을 다 시켜 놓아서 배우는 과정이 없는데도 아이들이 리듬합주를 아주 잘 했습니다.
명색이 수업실기 대회 우수교사인데, 어디에도 '우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수업내용이나 방법도 1학년 것이 아닌데다가 말만 '창의적인 리듬감 기르기'지 '창의'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공개수업에서 많이 본 그대로 아이들에게 미리 답할 말 알려주고, 미리 여러 번 연습해서 하는 수업 그대로였습니다. 이 날 1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이 미리 알려준 대답을 정해준 차례에 맞지 않게 아무 때나 말하는 모습도 봤습니다.(저학년 아이들은 연기를 잘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리고 공개수업하는 교실이 으레 그러하듯이 칠판 주변에 정신사나울 정도로 무엇을 가득히 붙여 놓았고, 교실 안 역시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과 화려하게 붙여놓은 것 투성이었습니다.
우수교사 수업이라고 하지만, 한마디로 내용은 없고, 화려한 자료만 나부끼는 쇼, 또는 연극이었는데, 이 쇼와 연극에서 공개수업을 참관하는 교사들 또한 무언 중에 참관자 역할이라는 하나의 배역을 맡고 있었습니다. 참관자 역할을 맡은 선생님들의 대사는 늘 한결같이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수업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입니다.
참관자들이 쓴 참관록을 보면 형식적인 것만 평가하고 수고했다, 잘 했다, 좋은 수업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말 뿐 수업내용에 대해서 평가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수업을 하는 교사를 수업실기대회 우수교사로 평가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실제로 그동안 수업공개 모습을 보면 거의 가 다 이런 식으로 진행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준비된 특별한 수업 아닌 '일상의 수업' 공개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