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함석헌기념사업회
함석헌은 이 <조선역사>(또는 <한국역사>)를 통해 한국인이 역사를 통해서 고난을 받은 것이 단순히 한국이 군사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성서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성경 속의 예수가 "고난의 아들"이었던 것처럼, 한국이 세계에서의 역할은 "수난의 여왕"이었다고 정의했다. 이어서 세계에서의 한국인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우리 사명은 여기 있다. 이 불의의 짐을 원망도 않고 회피도 않고 용감하게 진실하게 지는 데 있다. 그것을 짐으로써 우리 자신을 건지고 또 세계를 건진다. 불의의 결과는 그것을 지는 자 없이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인간을 위하여, 또 하나님을 위하여 이것을 져야한다 ---세계의 불의의 결과는 우리가 져야한다, 우리가 그것을 져서 정화하기를 실패할 때 아무도 그것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세계의 불의의 짐을 지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다. 영국이나 미국은 그 짐을 질 수 없다. 그들은 너무 잘났고 너무 높은 위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한국역사에 대한 이러한 독특한 해석을 통해, 함석헌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에 억눌려 있는 한국인뿐만 이니라, 전 세계 약자와 씨알에게 그들의 사명과 비전이 무엇인지 제시해 주었다. 그럼으로써 기존 역사관에서 무시되고 격하되었던 '패자'나 씨알의 수난의 대하여 그 정체성과 역할에 역사적 의미 부여를 해주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어둡다는 표현처럼, 한국역사의 굴욕적인 면에도, 함석헌은 역설의 논리로서 한국사의 어두운 면을 통해 그 밝은 면을 부각시킨다. 그럼으로써 함석헌은 암울한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그 비참한 식민지 상황 가운데에서도, 세계사에 귀중하고 가치 있는 공헌을 해 왔다는 희망과 사명의식을 불러 넣었다.
이런 새로운 역사관을 통해, 함석헌은 한국인들의 패배주의나 맹목적 숙명론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힘썼다. 식민지화된 민족이 가혹한 외적인 조건에도, 그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보존하는 일은, 민족의 사활, 그리고 미래의 주체적 정신과 직결 되어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결코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위의 조씨 주장대로 함석헌이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그 글을 통해 '패배주의'를 주입시켰다면 왜 일제강점기 함석헌이 수감과 고문을 당하고 <성서조선>에 기고한 그의 글이 일제에 의해 검열 받고 발간 금지되는 고초를 겪게 되겠는가?
'패배주의'보다는 "의분강개의 주먹이 쥐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