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칼한 칼럼①] 문제는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이다

등록 2012.05.30 17:16수정 2012.05.3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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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위기, 통합진보당 어디로? / 통합진보당 사태,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 / 한국의 진보정치 희망은 있는가? / 위기의 진보, 어떻게 볼 것인가?

위 문구는 지난주 지상파와 한 케이블 방송 토론 프로그램의 주제다. 4개 방송사가 똑같이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논의할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이 많다. 허나 다수의 언론에서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갈수록 이번 사태를 정당 자체가 아닌 '진보'라는 이념의 프레임에서 해석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일이 그들이 '진보'라서 또는 '진보'니까 이렇고 저렇다는 식이다. 더 가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정원도 무색할 만큼 '진보'의 정체를 캐기도 한다. 그런 언론의 부단한 노력에 힘입어 '진보는 곧 종북'이라는 대단한 이론에 도달하는 이도 있다.

그래 다 좋다. 하지만 난 질문을 하고 싶다. "언제부터 통합진보당이 대한민국 '진보'의 전부가 되었나?" 통합진보당은 당명에서부터 '진보'라는 이념을 내세워 이번 총선에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진보'정당중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 나라 축구국가대표팀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해서 올림픽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 리그팀 모두 그렇다고 결론지을 수 없는 것처럼 선두가 되었다고 해서 전부를 대신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진보'는 통합진보당 밖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진보당 밖의 '진보'는 지금 해명하느라 바쁘다. 나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어찌됐건 정당은 정치적 이념을 막론하고 무엇보다 정의가 제일 우선이다. 이번 사태는 당의 정의 결함으로부터 발생했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정의를 따지는 문제지 이념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언론에서는 한 정당의 정의를 '진보'라는 색안경을 끼고 운운하고 있다. 그러더니 어느덧 통합진보당이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진보'세력의 전부인 것처럼 대한민국 '진보'를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설사 불필요한 이념으로 돌을 던지더라도 제대로, 똑바로 던져야 한다. 이번 공격은 전면공격이 아니라 국지공격이어야 한다. 그리고 뜯어고치더라도 이번 수술에 필요한 건 전신마취가 아니라 국소마취다.

웃기게도 이번 사태 덕분(?)에 보수 세력과 언론으로부터 통합진보당이 비로소 '진보'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통합진보당이 진짜 '진보'세력이든 아니든 대한민국에는 통합진보당의 진보와 다른 '진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가 다른 건강한 '진보'세력에게까지 불똥이 튄다면 그것이야 말로 통합진보당 사태가 아닌 대한민국 '진보' 사태가 되어버린다.

굳이 그렇게 된다면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말처럼 "오늘로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사태의 핵심은 통합'진보'당이어서가 아니라 통합진보'당'이어서다. 제발 오해하지 마시라.
#통합진보당 #진보 #보수 #사태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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