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품대여점 사이트. 빌려서라도 명품을 갖겠다는 마음이 '명품에 인생을 파는'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
화면 캡쳐
<녹색평론>이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격월간으로 나오는 잡지인데 생태적인 삶과 대안에 대한 진지한 글들로 가득 찬 매우 뜻깊은 잡지입니다. 저도 인연이 닿아서 몇 번 글을 기고하기도 했지요. 이 잡지에 실린 글을 읽다가 무척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얘기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아래에 소개합니다. <녹색평론> 110호(2010년 1-2월호)에 나오는 '포기를 통한 행복의 추구'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김종철 선생님의 강연을 녹취한 글이고요.
그런데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우화 하나를 가지고 말머리를 꺼내볼까 합니다. 어떤 남자가 고요한 바닷가에 앉아서 평화롭게 낚시를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가 멈춰서서 하는 말이, 왜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낚싯대 하나 걸쳐놓고 고기를 잡고 있느냐고 그래요. 이 이야기 여러분들 대개 아시죠? 알고 계시겠지만, 이야기 진행상 필요할 것 같아서 되풀이하겠습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낚시질하던 사람이 묻습니다. 그러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그물을 쓰셔야지요' 하고 말합니다. 그물을 쓰면 한꺼번에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지 않느냐고요. 그래서 그 낚시꾼이 그렇게 고기를 많이 잡아서 뭐가 좋으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그걸 팔아서 돈을 많이 벌어 큰 배를 살 수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원양어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도 있을 거고. 낚시하던 사람이 또 묻습니다. 원양어업을 해서 뭐 할 건데요? 행인이 말합니다. 그러면 큰 수산회사 사장도 되고, 회장도 될 수 있다고.그러자 또 낚시꾼이 묻습니다. 큰 회사 회장님이 되면 뭐가 좋은데요? 아니, 나중에 은퇴해서 편하게 살 수 있지 않느냐. 어떻게 편하게 사는데? 고요한 바닷가에 나와서 낚시질을 하면서 지낼 수 있지 않겠느냐. (웃음) 내가 바로 지금 그러고 있지 않느냐.저는 <녹색평론>에서 이 이야기를 읽고 마치 큰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행복을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 솔직히 돈은 나중에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처럼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그 어떤 과학자도 타임머신을 개발했다는 얘기는 여태껏 듣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돈'에 '시간'을 팝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단 하나뿐인 나의 인생을 돈에 팔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앞서 연봉 1억 버는 사람이 3억짜리 고급 외제차를 사는 것에 '충격적인' 상황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서 '돈'은 정말 중요합니다. 중요도를 순위로 매기면 아마 3순위, 아니 어쩌면 2순위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제 인생의 최우선 순위는 '시간'입니다.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로 단 한 번도 돈에 시간을 팔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반도체 소자 쪽으로 석사학위를 딴 후 5년간 관련 업체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다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의 대전환을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작가로서 글을 쓰는 삶은 분명 연구원으로서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작가로서 사는 인생의 1분 1초가 너무나 행복합니다. 1만 원보다 1시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것이 나의 삶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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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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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진실... 차 1대에 인생을 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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