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위에 콩나물+열무물김치+고추장 그리고 참기름. 다른 것 더 필요할까요
김동수
"비빔밥은 보기에는 좋지만 일단 먹으면 깜짝 놀란다. 세계화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목소리가 많다. 비빔밥은 나올 때는 밥 위에 채소와 계란 등이 얹어져 아름답게 보이지만, 먹을 때는 숟가락으로 맹렬하게 뒤섞어 질겅질겅 돼버린 정체불명의 음식을 떠먹는다"
일본 극우신문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 구로다 가쓰히로가 지난 쓴 2009년 12월 26일 '비빔밥은 괴로워?'라는 제목의 외신 칼럼입니다. 그는 이어 "비빔밥은 '섞은 밥'이라는 의미인데, 문제는 단순히 혼합보다는 자극의 느낌이 강하다. 한국인의 식습관 중에는 뭐든지 섞어 먹는 버릇이 있다"면서 "비빔밥을 먹으러 간 미국인이 이 '양두구육'에 경악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도 했었습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보기만 그럴듯하게 보이고 속은 변변치 않다"는 뜻입니다.
비빔밥이 '양두구육'? 가장 완벽한 건강식비빔밥에는 콩나물·고사리·부추·호박 같은 나물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상추·오이·당근 같은 채소류와 볶은 고기에 갖은 양념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 정도면 평생 비빔밥만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완벽한 건강식이지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상사 잔소리와 말 안 듣는 부하와 쥐꼬리만큼 받는 월급만 아니라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부럽겠지만 제 직장은 '집'입니다. 직장이 교회이고 직업은 목사입니다. 이른바 '재택근무자'입니다. 정말 좋겠지요. 하지만 나름대로 어렵습니다.
제가 믿는 예수님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말라 그날 일은 그날로 족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저 역시 일반 직장인들처럼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씩 머리를 감쌉니다.
혼자 점심 먹으면, 아내가 해주던 따뜻한 밥 생각나아내가 얼마 전부터 바깥 일을 하는 바람에 더 힘듭니다. 옛날 같으면 아내가 삼시 세끼를 다 차려주었는데 이제 점심은 제가 차려 먹어야 합니다. 이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직장인들이 돈 주고 사 먹는 일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때는 아내가 아침에 차렸던 음식 중 냉장고에 들어간 것을 그대로 꺼내 먹습니다. 이럴 때 아내가 해주던 따뜻한 밥 한 공기가 눈에 아른거립니다.
아른거린다고 가만히 있으면 누가 밥을 먹여 주나요. 그럼 나서야 합니다. 지난 22일 제가 택한 것은 비빔밥이었습니다. 냉장고를 다 뒤졌지만 눈에 띄는 것은 콩나물과 열무물김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