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횡령 제보했더니 좌천성 인사...'적반하장'

부평구시설관리공단 직원, 공금 횡령... 내부제보자 되레 좌천성 발령

등록 2012.05.25 16:40수정 2012.05.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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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직원이 서류 조작으로 공금 18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다. 하지만 횡령 사실을 적발한 직원이 오히려 사실상 좌천되면서 공단 내부 반발이 상당하다. 공단을 지도ㆍ감독하는 부평구의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단독으로 취재한 결과, 공단 A 팀장은 2011년 5월께 삼산 배수펌프장 수리 시 업체와 결탁해 공사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18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A 팀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넘겨받은 배수펌프장 내 시설물을 교체해야 함에도 불구, 교체하지 않고 교체했다고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1800만 원을 챙겼다. 횡령한 1800만 원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같은 사실은 공단 직원 B씨가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적발했다. B씨는 서류상 공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1월 공사 때와 펌프장 내 시설물이 똑같고, 공사에 참여한 직원 등이 같은 사람인 것을 사진에서 발견하고 업체 관계자를 추궁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내부 제보자에게는 인사 규정 어겨가며 좌천성 발령  

B씨는 이 같은 사실을 공단 이사장 등에게 보고했는데, 이사장이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단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장은 직원 다수가 참여한 공개적인 자리에서 B씨에게 '적발한 사실을 말해보라'고 하는 등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 내부 제보자를 감싸야 하는 최고 책임자가 오히려 내부 제보자를 공개한 것이다. B씨가 업체로부터 혐의 사실을 밝혀내서야, 공단 측은 지난 18일 A 팀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공단의 고발을 접수하고 24일 고발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공단 이사장은 "직원 상당수가 이런 내용을 알아, 차라리 공개적으로 하자고 한 것이고, 돈을 횡령한 직원도 자신은 떳떳하다고 해서 공개가 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공단이 비리 사실을 적발한 B씨를 공단에서 수탁 관리하는 부평구국민체육센터로 발령을 낸 것이다. 공단 인사 규정 18조에 따르면, 승진이나 기구 개편,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보직에 임명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서 전보될 수 없다.

B씨는 지난해 10월 20일자로 공단 사업2팀에 보직됐다가 1년이 안 돼 5월 21일자로 국민체육센터로 발령된 것이다. 이는 공단 인사 규정에도 어긋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민체육센터는 다음 달부터 개보수를 진행한다. 기술직이 필요함에도 행정직인 B씨를 발령 내는 등 엉뚱한 행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공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기술직이 가야 할 자리가 있다. 불가피한 인사였다"고 답했다.

구는 이달 말부터 공단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 500만 원 이상의 공사 내역 등에 대해서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구청장 측근 '낙하산 보은 인사'의 부작용"

공단은 수 년째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재정난에 허덕이는 구에 부담만을 주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은 공단 이사장이 전문 경영인이 아닌, 구청장 측근에서 발탁되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단이 설립된 이후 대부분의 구청장은 공단 이사장에 측근을 앉혔다. 구청장 선거운동을 도와준 인물을 임명하면서 보은인사라는 논란도 일었다.

공단은 2008년 행정안전부로부터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청산토록 하는 '청산 조건부 경영정상화'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한 민주통합당 소속 홍미영 구청장은 공단 특별감사를 통해 전임 구청장이 임명한 이사장을 임기가 남았음에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어 정당인 출신의 현 이사장을 뽑았다. 현 이사장은 박상규 전 국회의원 사무장과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부평구 선거대책본부장 등을 지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이사장이 매번 임명되다보니 경영혁신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이번 비리 문제도 알 만한 직원들은 알고 있었지만, 쉬쉬했다"며 "이런 비리 사실을 적발한 직원을 국민체육센터로 사실상 좌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대로 된 공단이라면, 이런 비리 사실을 적발한 직원에게 포상금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구청장이 바뀌어도 이사장을 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니 공단이 개혁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구시설관리공단 #부평구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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