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받은 돈의 사용처가 어디냐"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최 전 위원장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8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유성호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에서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구속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재판이 열렸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8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런데 최 전 위원장은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가 재판에 불참한 이유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의 삼성서울병원에서 '대동맥류 수술'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그의 수술 소식을 전해들은 재판장은 "당황스럽다"고 토로했고, 검사조차도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구속집행정지여부 결정할 재판장조차 "당황스럽다" 토로재판장 "피고인을 소환했는데, 병원에서 이미 수술받고 있다는 사실을 소환 과정에서 알았어요.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나기 전에 병원에 먼저 가 있는 것은 이례적인데요. 어떻게 되는 거죠?"
검사 "구속 상태는 유지되고 있고, 병원에 구치소 직원이 나가 있습니다. 수용자 처우법('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37조에 보면 구치소장 재량으로 수용자가 외부병원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재판장 "변호인 쪽은 알고 계셨어요?"
변호인 "저도 집행정치 신청 이후에 알았습니다."
재판장 "구치소가 법원 관할기관이 아니다 보니, 알려주기 전에는 법원도 모릅니다. 조금 당황스럽네요. 피고인이 받아야 할 수술의 긴급성, 필요성에 대해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들어 집행정지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어요."
검사 "구치소에서 보고, 협의 없이 외부 진료를 갔다는 것을 법무부를 통해 월요일(21일) 오후에 알았습니다. 규정상으로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재판장님이 당황스럽다니 송구스럽습니다."
재판장 "규정이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수술 끝나면 회복기간이나 입원기간에 대한 의견을 들어 집행정지여부를 결정해야 하니 피고인 없어도 심문기일을 진행하겠습니다."
이미 최 전 위원장은 구속기소되기 전인 지난 14일 대동맥류 관련 수술을 예약해둔 터였다. 심장 대동맥류에 지병이 있었는데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급격하게 증세가 악화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구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최 전 위원장 쪽에서는 "심장혈관 관련 수술은 검찰수사 이전부터 예정된 일정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18일 MB정부 최고실세인 최 전 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러자 최 전 위원장은 구속된 지 사흘 만인 지난 21일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리고 구속집행정지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인 23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의 수술을 결정한 서울구치소 쪽은 "구치소 자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진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돼 외부병원 이송진료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20일의 입원이 필요한 수술이라면 구속영장 효력이 중지된 것" 법원이 구속집행정지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최 전 위원장이 수술받은 데에 '근거'가 있긴 하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일명 '수용자처우법')이 그것이다.
수용자처우법 제37조(외부진료시설 진료 등) 1항은 "(구치)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도시설 밖에 있는 의료시설(외부진료시설)에서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치소장의 재량에 따라 수용자가 외부진료시설에서 진료·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런 법조항을 들어 구속집행정지가 결정되기 전에 이루어진 최 전 위원장의 수술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