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60년 만에 첫 민주적 대선 '디데이'

독재 정권 퇴진 후 역사적 대선... 유력한 후보 없어 혼전 양상

등록 2012.05.23 09:21수정 2012.05.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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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대선 재외국민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압둘 모네임 아불 포투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이집트 대선 재외국민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압둘 모네임 아불 포투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압둘 모네임 아불 포투 공식 홈페이지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으로 독재 정권을 몰아낸 이집트가 역사적인 대선을 치른다.

지난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퇴진하고 과도 정부가 통치하고 있는 이집트는 23~24일(한국시각) 이틀간 대선 1차 투표를 치른다. 이로써 이집트는 오랜 군부 독재를 끝내고 60년 만에 첫 민주적 투표를 통해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된다.

대선에 뛰어든 13명의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을 모두 끝내고 5천만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는 과반을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달 16~17일 결선투표까지 치러야 이집트의 새 대통령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 정부는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의 선거 감시를 허가했으며 늦어도 7월 1일까지 차기 정부에 모든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대결로 압축

이집트는 대선이라는 민주화 결실을 앞두고 들떠있지만, 워낙 여러 후보가 많고 여론조사의 신뢰성도 떨어져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세속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의 대결이다. 세속주의 후보의 대표주자는 무소속의 아므르 무사 전 아랍연맹(AL) 사무총장이다. 무바라크 집권 당시 유엔 주재 이집트 대사, 외무장관 등을 역임했다.

독재 정권에서 10년 넘게 요직을 지냈고 76살의 고령이 걸림돌이지만 무바라크와 달리 이스라엘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차별화에 성공했고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여론조사에서 4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무바라크 정권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냈고 같은 세속주의자인 아흐마드 샤피크가 표심을 깎아 먹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슬람주의 표심은 압델 모네임 아불 포투로 집중되고 있다. 아랍 의사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포투는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 무슬림형제단 소속이지만 내부 갈등으로 축출됐다. 그러나 온건 이슬람주의자로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무사와 함께 '양자 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는 포투 역시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의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로 표심이 분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재 몰아낸 이집트, 선거 자체가 발전

하지만 지난 11~17일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무르시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무사는 4위에 그치는 등 여론조사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 더욱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각 후보들은 재외국민 투표 결과를 최종 투표에 합산하기 전에 미리 발표하는 이집트의 독특한 선거 규정이 누구에게 득이 될 것인가를 계산하기에 바쁘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통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이 대권까지 잡게 된다면 과격한 이슬람주의와 반(反)서방, 반이스라엘 정책 등으로 중동이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반면 친(親)서방 성향의 무사나 샤피크가 대권을 잡을 경우 당장 국제관계에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의회를 장악한 무슬림형제단과 내각 구성을 놓고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민주화 혁명 이집트 국민의 지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인물이 가장 절실한 상황에서 여러 후보가 뚜렷한 장, 단점을 노출하며 난립하고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집트가 민주적인 대선을 치르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옷가게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유권자 알라 엘 쇼우라파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집트 대선 #아불 포투 #아무르 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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