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뛰쳐올라 회의중단을 요구하며 유시민-심상정-조준호 의장단에게 폭력을 행사하자 진행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노동과세계 이명익
이런 이유로 인해 지난 5월 10일 개최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는 '진상조사보고서 결과에 따른 후속처리 및 대책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을 운영위원 41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1명(당외인사 7명, 당내인사 4명)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비례대표 선거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추가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의 조사위원회가 소위 '당권파' 인사만 빠져 있어 객관성이 의심된다면, 누구도 객관성을 문제 삼지 않을 인물들로 더욱 치밀한 조사를 시행하면 될 일이었다. 정치적 책임을 지기 싫다면 조사결과를 토대로 엄중한 사법적 책임을 묻고, 설령 책임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다시한번 설득해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매우 간단하면서도 이견 없는 해법을 합의해 놓고서도, 두 갈래로 갈라진 양쪽의 공방은 그치지 않았다. 한 쪽은 비례대표 '선사퇴'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다른 쪽은 난데없이 '총투표'를 들고 나왔다. 양쪽의 아집으로 본격적인 막장 드라마가 펼쳐졌고,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와 검찰의 서버 침탈을 불러 왔다.
비례대표 선사퇴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것이 '국민의 눈높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애초에 수용되기 불가능한 요구였다. 설득과 합의보다 언론노출이 먼저였다. 사실 '국민의 눈높이'라는 표현도 모호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그나마 진보정당에 애정이 있던 국민들이 원했던 것은 '묻지마 사퇴'보다 진솔한 성찰과 반성 아니었을까?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약속 아니었을까?
분명한 잘못이 밝혀졌는데도 반성이 없다면, 출당이든 뭐든 그것에 합당하는 징계를 하면 되는 문제 아니었을까? 이렇게 본다면 추가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해 놓고서도 선사퇴를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혹자는 문제 있는 비례 당선자들의 국회 등원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2주 가량이 지난 지금도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소리를 어디에서도 들은 바 없다. 강기갑 비대위에서 언급된 진상조사위원회는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대한 조사위뿐이다.
게다가 공식적인 진상조사위의 활동도 없이 언론을 통해 슬금슬금 흘러나오는 '추가 의혹'들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과연 문제해결의 의지가 있기나 한 건가?
고립을 자처한 구당권파의 악수속칭 '구당권파'의 악수(惡手)도 마찬가지다. 당시엔 엄청난 여론몰이 속에서 '공공의 적'으로 등극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들 주장에는 합리적인 내용들이 있었다. '진상조사 후 엄정한 징계'가 그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을 이끌어 오면서 수없이 많은 적을 만들어 낸 그 독선적 사업방식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첫 번째 악수는 '총투표'였다. 당원 총투표를 통해 사퇴여부를 결정하자는 제안은 '진실규명'을 요구해 왔던 주장과 모순적이다. 다수결은 진실을 밝히는 방법이 결코 될 수 없다. 차라리 총투표는 당선자의 선사퇴를 주장하는 쪽에서나 제안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당원의 뜻으로 공직자를 소환할 수 있도록 한 '공직자 당원 소환제'는 사실상 총투표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억울하다며 '진실규명'을 요구하면서 총투표로 사퇴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을 제안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
두 번째 악수는 중앙위원회의 폭력사건이다. 물론 모든 폭력을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당시 중앙위원회가 아무런 흠결 없이 진행되었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계획적이었건 우발적이었건 그날의 폭력은 자기 논리구조에서는 합리화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중립적 입장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이들을 돌아서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구당권파의 문제가 나타난다. 최소한 중립적 입장의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자신이 옳다고 결론 내린 문제에 대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독선. 당내에 만연한 '반경기동부연합' 정서의 대부분은 이런 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인식하지 않고 있는 행동이다.
세 번째 악수는 강기갑 비대위에 참여를 거부하고 또 다른 구심점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중앙위의 물리적 저지에 대한 정당화 논리의 연장선에서 보면 강기갑 비대위에 참여할 명분이 없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원비대위는 세간의 해석처럼 분당까지 고려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으며 그것은 다시 구당원파의 고립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파 논리로는 수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당 전체의 논리로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아직 해법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