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의 상징 '치우천왕'. '붉은 악마'라는 이름과 '치우천왕' 로고 역시 하이텔 축구동아리 내에서 결정됐다.
붉은 악마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전을 주도한 '붉은 악마'도 PC통신에서 시작됐다. 1993년에 만들어진 하이텔의 축구동호회에서 '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을 조직적으로 응원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의기투합한 회원들은 동호회 내 공모를 통해 스스로를 '붉은 악마'라 이름 붙이고 징과 꽹과리를 들고 응원전에 나섰다.
이후 A매치(국가대표팀 간의 경기) 때마다 이들은 어김없이 등장했고, 마침내 한일월드컵의 열기 속에 전 국민을 '붉은 악마' 응원단으로 만들었다.
PC통신의 퇴조와 함께 하이텔 축구동아리는 사라졌다. 하지만 '붉은 악마'는 2006년 기준 회원수 30만 명의 거대 조직으로 성장해 이후에도 한국 스포츠팀의 응원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식과 정보의 보루였던 PC통신 동호회PC통신의 전성기 때 각 분야의 '고수'들은 다양한 동호회를 통해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자랑했고, 그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하이텔의 '메탈동(메탈음악 동호회)'에서는 수많은 인디밴드들이 탄생했다. <경향신문> 등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린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과 '델리 스파이스'도 이곳에서 결성됐다.
하이텔의 컴퓨터 동호회 '다솜'은 컴퓨터 용어 한글화에 큰 역할을 했고, 하이텔 하드웨어운영체제 동아리 'OSC'는 전자제품 평가와 '공동구매'라는 문화를 탄생시켰다. 이 'OSC' 게시판에서 시작한 '디씨인사이드'는 오늘날 인터넷의 유행과 '폐인 문화'의 본거지가 되기도 했다.
하이텔의 게임오락 동아리 '게오동'은 국내 온라인 게임 탄생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 받는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지지와 검증의 글들이 치열하게 오갔던 천리안의 '현철동(현대철학 동아리)'과 하이텔 '큰마을'은 요즘 포털 <다음>의 토론장인 '아고라'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인터넷에 밀린 PC통신... 대중문화에 큰 족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