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 이주민 정착촌 '블루클리스탈 빌리지'
충남시사 이정구
도시개발이 이뤄지는 전국 어느 곳을 가봐도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10%를 넘기 힘들다고 한다. 그 이유는 원주민들에게 주어지는 이주단지나 분양 우선권이 대부분 자본가의 손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상당수 원주민들은 토지나 주택을 수용당하며, 보상받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토지나 주택의 보상가는 개발 이전보다 높게 책정된다 하더라도 인근 지역의 부동산 시세는 그보다 훨씬 더 오르기 때문이다. 결국 원주민들은 마을을 떠나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사 개발에 따른 이주자 택지를 제공 받더라도 원주민들은 건축물을 지을 여력이 없어 자본가들에게 어느 정도 웃돈을 받고 내주기 일쑤다.
명암리 주민들도 몇 푼의 보상금에 삶터를 내줘야 했고, 이웃과 헤어져 떠돌이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명암리 66가구(주민 중 40명은 70대)는 무너지는 마을공동체를 바라보며 2005년, 새로운 꿈을 설계했다. 누구도 마을을 떠나지 않아도 되도록, 새로운 마을을 공동으로 건축한다는 공동목표를 세웠다.
이주민 마을 공동체의 꿈 70%에서 방황힘을 모아 공동목표를 세우고 꿈을 설계했지만 문제는 마을을 만들 돈이 절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주민 66가구 중 1억 원 미만의 보상금을 받은 주민이 40%로 절반에 가깝다. 이들은 건축비를 비롯한 모든 비용을 대출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이들은 이주자택지, 보상금 등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 사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자 5억 원 이상의 보상을 받은 이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건축비를 먼저 내며, 보상금을 적게 받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주민들은 지난해 5월 건축 허가를 얻은 뒤 9월 22일 기공식과 함께 정착촌 만들기의 첫 삽을 떴다. 5월 현재 정착촌 만들기는 7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탕정산업단지 이주자조합 김환일 총무이사는 "자본과 정치권력, 산업화가 마을공동체를 붕괴시켰지만 이웃과 함께 살겠다는 주민들의 열의만큼은 꺾지 못했다"며 "그동안 수없는 난관과 싸우며 지켜낸 새 보금자리가 우리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기 시의원은 "2005년 삼성에 땅을 내준 이후 지난 8년간 고통을 감내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준 주민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우리 상황은)앞으로 어떤 형태의 개발이든 사업에 앞서 원주민들의 주거와 생계대책을 먼저 해결하고 난 다음에 진행해야 한다는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민들의 꿈이 담긴 정착촌,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