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기 교수가 수필선집 <앉은 자리가 꽃자리>를 펴냈다.
학이사
딸이 결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한다. 그 순간, 세상의 아버지들은 어떤 느낌에 젖을까? 경일대학교 교육문화콘텐츠학과 신재기 교수는 말한다. 아버지들은 '과년한 딸이 결혼하겠다면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내심으로는 '애지중지 키운 내 자식 빼앗긴다는 상실감이 본능적으로 앞서는'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아버지들은 불현듯 찾아온 상실감을 떨쳐내는 데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는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는다. 아이가 자라 성년이 되면 '새로운 짝을 찾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 '세상의 순리'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 아버지들은 걱정에 빠진다. 참되고 행복한 결혼은 '한 개체의 독립성과 우리의 "하나됨"을 동시에 존중'할 줄 아는 남녀 두 사람이 '인간적으로 "둘도 없는 우리 사이"가 되어 최적의 상태'에 이른 경지이거늘, 내 딸은 과연 그것을 알고 있을까. 세상의 대부분 부부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채 결혼을 하고, 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기는 하지만 '깨닫고 나면 벌써 세월은 저만큼 지나고 후회만 고스란히 남긴 채로' 인생이 저물어 가는 법인데...
그래서 아버지들은 딸의 행복을 기원하며 '선물'을 한다. 자신이 새로운 가정을 이룰 때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듯이, 타고난 건강과 인성, 지혜 등을 딸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그 탓에, 사람됨을 중하게 여기는 아버지들은 스스로 그것이 온전하지 못함을 한탄하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게 되기도 한다.
물론 세속적으로는 후천의 것인 재물 등을 더욱 떠받든다. '겉으로는 (자녀의) 배우자가 성실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대개 그것은 헛말이다. 내심으로는 외모, 학벌, 직장, 집안 경제력 등과 같이 배우자의 조건'을 따진다. 그래서 '상대에게 책임을 따지는' 가정이 되고, '온전한 우리로 화합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
딸의 결혼이 다가오는데... 선물은 무엇이 좋을까딸의 결혼식이 곧 다가온다. 한 아버지는 깊이 생각한 끝에 보기 드문 선물을 준비했다. 여섯 권의 산문집과 네 권의 문학비평서를 낸 바 있는 그 아버지, 신재기 교수가 오랜 세월 자신의 분신이 되어 세상을 누볐던 글들 중에서 마흔 편의 수필을 골라 발간한 '수필 선집' <앉은 자리가 꽃자리>가 그것이다.
책은 글감에 따라 1부 '책에 대한 예의', 2부 '어머니의 장한몽', 3부 '향기로운 사람', 4부 '공간의 두께'로 구성했다. 물론 각 부마다 10편씩 실려 있는 작품들은 책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까닭과 한결같이 맞닿아 있다. 참된 사람살이의 길(1부), 고맙고 애잔한 가족들로부터 얻는 인간적 깨달음(2부), 나와 세계의 관계(3부), 구체적 일상의 현장에 대한 사랑(4부)을 군더더기 없는 지적 '문채(文采)'로 형상화한 저자는 아마도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가진 이런 내용들이 사위와 딸의 '가슴속에 살아 움직일 수 있'기를 소망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