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산 들머리의 단풍나무 길(2011년 가을 촬영)
정만진
이미 연못에서 청화산을 다 봤지만, 그렇다고 길을 아니 오를 수는 없다. 꼭대기에 올라 조성지를 바라봐야 하고, 안계평야도 보아야 한다. 선돌 부흥대 절벽을 치고 돌아흐르는 위천의 물줄기도 놓칠 수 없는 경치다. 혹시 아는가, 청화산 정상에는 옛날 아도화상이 도리사에 이어 두 번째로 불교를 전파한 백련사(白蓮寺) 터도 있다고 하니, 다음 세상을 기약하는 메뚜기들이 산꼭대기까지 날아오를지...
임도 좌우로는 단풍나무가 촘촘히, 그리고 곱게 심어져 있다. 이 길을 가을에 걸으면 늦가을인지 봄인지, 그것도 아니면 여름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기이하다. 단풍나무 길에는 형형색색의 단풍나무들이 많기 때문. 말 그대로 단풍의 느낌인 짙은 적홍색 단풍나무가 있는가 하면, 한여름 기운이 폭발하는 듯한 청록색 단풍나무도 많고, 연푸른 봄빛을 뽐내는 보드라운 느낌의 단풍나무도 있다. 마블링으로 그린 화려한 미술 작품 같기도 하고, 실패했지만 결과는 더 아름다운 데칼코마니처럼 보이기도 하고, 푸른 하늘에 색색의 단풍나무들을 콜라쥬해 놓은 듯 모든 것들이 팔딱팔딱 살아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길을 걷노라니 답사자는 혼란에 빠진다.
이런 길은, 당연히 걸어야 한다! 시간만 흐르면 크게 이름을 얻어 자칫하면 한적한 산책이 어려워질는지도 모르는 길인데, 어찌 지금 걷지 않고 다음을 기약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