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우일문 대표
유혜준
약속시간은 11시였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10시 35분.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를 탔더니 파주 출판단지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로 찾아가는 것이니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도 괜찮겠지만,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편의점에 들러 따끈하게 데워진 캔 커피를 하나 사서 편의점 옆에 마련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배낭에서 책을 꺼냈다. 캔 마개를 따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약속시간까지 고작 20분 남짓밖에 시간이 없었지만, 여유를 부리면서 책을 읽고 싶었다. 김려령의 <가시고백>이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지금 읽는 책이 몇 쇄인지 궁금해졌다. 확인하니 1판 7쇄. 출판시장이 어려워 초판을 팔기 어렵다는데 <가시고백>은 7쇄를 찍었구나. 잘 팔리는 책이라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잠시 뒤 만날 예정인, 1인 출판사 <유리창>을 운영하는 <오마이뉴스> 블로거 '호박' 우일문 대표가 낸 책들은 어떨까? 1989년부터 출판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해, 20년이 훨씬 넘게 출판사에서 편집자와 기획자로 일한 우일문 대표는 지난 2011년, 1인 출판사 <유리창>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6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가 처음 낸 책은 <정연주의 기록>이었고, 6번째 책은 고은광순의 <힐링>이다.
우일문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호박'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
'월하등천'을 운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나와는 '오블' 이웃이다. 가끔 서로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포스팅한 글을 읽고 댓글을 주고받는 사이다. 온라인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진 것은 지난 2011년 6월. 마찬가지로 '오블' 이웃인 '이충렬 샘'이 2011년 6월에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을 출간했고, 교보문고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그날, '오블' 이웃들은 끈끈한 정을 과시하면서 대거 강연회에 참석했고, 만남은 뒤풀이로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온라인에서만 댓글을 주고받던 '호박'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충렬 샘이 하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인상이 그리 깊게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인문학 책을 주로 내는 '호박'이 출판사로 성공을 하는지 못하는지가 우리 출판계의 척도가 될 것이다. 호박이 성공을 하면 출판의 미래가 있는 것이고, 못하면 우리 출판은 미래가 없다."그제야 '호박'이 1인 출판사를 창업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상당히 능력 있는 화려한 이력의 편집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월에 출판사 등록을 하고, 5월에 사업자등록을 한 호박 우일문 대표는 8월에 첫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첫 책의 저자가 정연주 전 KBS 사장이었다. 아주 '빵빵한' 저자를 섭외했구나, 했다. 대박이 나길 바란다는 덕담을 댓글로 달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1인 출판사 <유리창>을 창업한 지 1년, 그는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블로그를 통해서만 봤던 그의 사무실을 직접 구경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약속을 잡았고, 16일 오전에 합정역에서 파주출판단지로 가는 버스를 탔던 것이다.
세종벤처타운 4층에 자리 잡은 그의 사무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다. 창가에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옹기종기 놓여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고, '호박' 우일문 대표는 환하게 웃으면서 나를 맞이해주었다.
"1인 출판사, 한달에 1000만원씩 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