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멋대로 해라' 그들만의 버스연애장면
MBC홈페이지(자료화면)
부잣집 딸래미 전경(이나영 분)이 소매치기 남자 고복수(양동근 분)를 사랑하게 된다. 소매치기 남자 고복수도 부잣집 딸래미 전경을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부잣집이라는 타이틀도, 소매치기라는 직업도 보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 정작 그들에게 '부잣집' '소매치기' 이런 단어는 없다. 전경과 고복수는 상대의 존재 그 자체를 사랑했다.
전경과 고복수는 지난 2003년 M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주인공답게 멋지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난 매회, 눈가가 쓰라리도록 눈물을 꾹꾹 누르며 그들을 지켜봐야 했다.
그들처럼 사랑하며 살고 싶었다. 그게 앞으로 내가 시작할 사랑의 모토라며, 저런 사랑이 아니면 사랑이 아니라며 부르짖고 다녔다. 그게 벌써 약 10년 전쯤? 그때부터 전경과 고복수는 내 친구인 셈이었다.
<네멋대로 해라> 방영이 끝난 이후에도, 사는 게 모래 씹는 것 마냥 버석버석하고, 울고 싶어도 눈물조차 나지 않을 때, 혹은 엄청나게 울어버리고만 싶을 때. 나는 그 드라마를 몇 번이고 봤다. 아마도 수십 번은 됐을 것 같다. 내 순수함이 퇴색된다고 느낄 때마다 씻어내기 위해서 보고, 또 봤다. <네멋대로 해라>는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사랑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보는 이의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었다. '저렇게 살아야지'라고 말이다. 밴드 키보디스트 전경, 소매치기에서 마음을 다잡고 스턴트맨으로 전향하게 되는 고복수. 그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과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전경은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했고, 자신이 음악을 생산해내고, 배출해내는 일이 큰 행복이었다. 안타깝게도 부잣집 아빠는 그런 딸을 싫어한다. "음악 하라고 음대 보냈더니 이렇게 병신 짓만 하고 있다"며 본인의 친구 앞에서 딸에 대해 말하는 아버지는 딸의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아버지다. 그에게 딸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다. 고복수는 아버지에게 상처 받는 이런 전경을 위로해준다.
이런 고복수는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매치기를 하면서 쉽게 번 돈을 반성하게 되면서 스턴트맨의 세계에 뛰어든다. 한 컷의 장면을 담기 위해서 위험천만함을 무릅쓰고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스턴트맨에게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돈을 이렇게 버는 거였구나."
고복수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쉽게 번 돈이 어떻게 쉬이 써지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들어도 참고 어렵게 번 돈은 쓰기 아까울 정도의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해서 가르쳤다. 소매치기였다가 뇌종양까지 걸려버린 그 남자가 말이다. 드마마 속 시한부의 청년은 내게 행복을 물었다. 그 행복을 찾고, 또 지키려 애까지 쓰는 고복수와 전경의 삶에 하이파이브를 치고 싶었던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트러블 메이커 20대의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