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에 옥매여 살아야 했던 조선 시대의 여성이 연상됩니다.
임윤수
"여자들 살기 참 좋아진 세상이다."여성들이 읽으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발끈할지도 모르지만, 92년을 사시다 지난 1월에 운명하신 어머니가 언제부터인가 혼잣말로 자주 하시던 말씀 중 하나입니다.
이 말이 단순히 제 어머니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조선의 딸과 조선시대의 며느리로 살다 작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어머니들, 여성들이 느끼는 격세지감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유독 제 어머니만 여성의 입장에서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식인 제가 보는 어머니,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도 많이 변했습니다. 어렸을 때 봤던 어머니는 책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조선 시대 여성이었습니다. 사는 모습만 그런 게 아니라 사고방식조차 그랬습니다.
어머니가 주장하던 '여자'는 시부모님 잘 모시고, 남편에게 복종하며, 자식 많이 낳아 잘 기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대를 이어야 하니 아들은 꼭 낳아야 했고, 한 번 시집을 가면 그 집 귀신이 돼야 하고,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니 여자의 목소리가 울담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발과 여자는 밖으로 내돌리면 깨지기 쉬우니 함부로 집을 나서서는 안 되고, 남자가 가는 길을 여자가 가로질러도 안 됐습니다. 누워있거나, 뻗고 있는 남자 다리를 훌떡 훌떡 넘어다니면 재수가 없으니 절대 그래서도 안 됐지요. 당신도 여성이면서 여성은 참고, 양보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변하기 시작한 어머니... 이게 바로 격세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