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이 열린 봉지에서 한 학생이 사진을 보고 있다(위). 아래는 "다소 충격적인 사진"이란 설명이 붙은 '블라인드 5·18' 사진을 한 학생이 들춰보려 하는 모습.
소중한
5·18광장에서 정문 쪽을 바라보면 '봉지'라고 불리는 작은 연못이 보인다. 연못 가운데는 '임을 위한 행진'이란 큰 조형물이 있다. 봉지 주변은 잔디로 뒤덮여 있고 햇살 좋은 봄이면 학생들로 북적인다.
전날 볼 수 없었던 사진전이 오늘은 차려져 있다. 18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봉지를 둘러 전시된 사진들을 둘러봤다. 그 중 '블라인드 5·18'이라 해 "다소 충격적인 사진일 수 있으니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관람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라 소개된 사진이 있었다. 직접 들춰야만 볼 수 있었다. 그 사진을 들춰보고 착잡한 마음을 달래려 잠시 잔디에 앉았다. 두 학생이 당시 도청의 인파를 담은 사진 앞에 섰다. 대화를 엿들었다. 한 학생이 손가락으로 사진 가운데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지금 파리바게트 아냐?""응! 신기하다!"그 두 학생이 자리를 옮겨 '블라인드 5·18' 사진을 들춰본다. 정적이 일었다. 인터뷰를 하려 했는데 그들은 황급히 불편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뒤쪽으로 다른 한 학생이 사진을 유심히 보고 있다. 그에게 다가갔다. 피아노를 전공한다는 김현민(24, 음악교육과)씨에게 슬프지만 사진들을 본 느낌을 묻지 않고, 왜 이 사진들을 보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웠던 5·18을 대학 와서는 좀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산한 사진전의 풍경을 걱정하기도 했다. 김씨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고, 사회가 바쁘게 돌아가는 만큼 5·18에 갖는 관심도 줄어드는 것 같다"며 "전남대 구성원만큼은 모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는데 이런 사진전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전남대에만 있는 강의로 기자도 1학년 때 들었던 '5·18항쟁과 민주인권'이란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후 4시, 발걸음을 영화제가 진행 중인 사회대로 옮겼다. 14일부터 진행된 영화제에선 5·18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5일간 하루 한 편씩 상영한다. 14일 <박하사탕>, 15일 <오월애>에 이어 기자가 찾아간 16일엔 <스카우트>를 상영하고 있었다. 17일엔 <오래된 정원>, 18일엔 <화려한 휴가>를 상영할 예정이다.
이날 총 관객은 10명. 이곳에서 만난 김신아(20, 의예과)씨와 조인규(20, 의예과)씨는 각각 목포와 서울에서 살다가 전남대에 입학해 처음 광주에서 5월을 보내는 중이었다. 이들은 "학교 곳곳에 붙은 홍보물을 보고 영화도 볼 겸해 이곳을 찾았다"며 "타지에 있을 때와는 달리 전남대에 입학한 후에는 5·18을 접할 기회가 많아 관심도 더 가게 된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진행하는 스태프와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부분의 스태프들은 지난달 총학생회 주도 하에 자발적으로 모인 '5·18 기획팀'의 일원이다. "배워서 아는 것과 참여를 통해 아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으로 기획팀에 자원한 정필선(20, 역사교육과)씨는 영화제 현장을 맡고 있다. 정씨는 자신이 입고 있는 스태프 전용 티셔츠의 등판을 가리키며 "많은 학생들이 5·18 관련 행사에 참여해 역사를 바로 알고, 그 정신을 계승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티셔츠에는 "잊혀진 노래를 다시 부르자"고 적혀 있었다.
"잊혀진 노래를 다시 부르자"... '5·18 주간'은 계속된다어제의 나에 비해 오늘의 나는 최소한 머리카락 하나라도 더 자라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나라는 존재가 항상 변한다고 할 때 나를 항상 '같은 나'이게끔 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이다. 내가 나를 기억하고, 남이 나를 기억하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가 시시각각 변해도 언제든 같은 나일 수 있는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같다. 기억해야 그 역사는 존재한다.
5·18을 기억하기 위해 전남대에서는 5·18주간을 운용하고 있다. 17일 오후 4시 30분 봉지에서는 '공권력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폭력은 언제나 정당한가'를 주제로 '100인 원탁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또 '1980년 5·18과 지금의 우리'를 제목으로 강연회도 열린다.
17일, 18일 오후 6시엔 각각 최승호 전 < PD수첩 > PD와 김용민 <나는 꼼수다> PD의 강연(16일에는 최한욱 애국전선 진행자의 강연이 있었다)이 있을 예정이다. 역시 17일부터 이틀간 5·18 광장에서는 헌혈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5·18 주간은 18일 '전남대 5·18 연구소'에서 주최하는 학술대회(주제 : 5·18연구의 확장과 재구성)에 이어 19일 '5·19 퍼레이드'에서 절정을 이룬다. 오후 5시 봉지에서 출발하는 퍼레이드 행렬은 5·18의 중심인 구 도청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5·18주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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