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보험상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재무설계사 김철민.
김동환
"비싸다고 좋은 보험이 아니에요. 최대한 저렴하면서 주요한 위험들은 제거해주는 게 좋은 보험이지요."
앳된 얼굴에서 나오는 조근조근 한 말씨였지만 기자는 '뜨끔'했다. 매달 20만 원 넘게 보험료를 내야 하는 종신보험에 몇 년째 가입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기자의 개인적 궁금함 때문이었을까. 자신의 블로그(
http://spukki1004.tistory.com/)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무료 보험 상담을 해온 재무설계사 김철민씨와의 인터뷰는 예정됐던 시간을 훌쩍 넘겼다.
블로그 통해 2년 반 사이 1089명 무료 상담인터넷 검색창에 '보험 무료상담'이라고 입력하면 갖가지 보험 추천 웹페이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면 원하는 보험 정보를 찾을 수 없거나 보험 상품들을 추천하는 사이트로 '납치'되기 십상이다. 김철민씨는 이런 온라인 공간에서 찾아보기 힘든 '무료 보험 상담사' 중 하나다.
김씨의 직업은 재정상태를 건강하게 관리해 주는 재무설계사다. 2007년 보험설계사로 시작해 2009년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취득했다. "고객들이 재무 설계나 보험에 대해 잘 몰라서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모종의 책임감으로 지난 2009년 무료 상담 블로그를 열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지난 2년 반 사이 블로그를 통해 그에게 무료상담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1089명. 김씨는 "대부분 보험 관련 상담"이라며 "하루 평균 다섯 건 정도 진행하는 무료상담 덕분에 수면시간은 줄어들었고 분당 100타 수준이던 타자실력은 600타로 늘었다"고 말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김씨의 타자실력과는 달리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의 고민은 거의 변함이 없다. 가장 많은 상담내용은 보험 리모델링(재구성)이다. 보험에는 가입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모르고 가입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김씨는 "일단 보험을 가입해놓고 보장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보험료가 부담된다고 느낄 때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사 만나서 가입할 때만 해도 가입한 내용을 다 이해한 같았는데 며칠 지나니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물어오는 분들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로 만기가 긴, 10년 넘는 중장기 목돈마련용 변액 유니버셜 보험 같은 걸 많이 가입하시고 상담하세요. 그렇게 만기가 길고 비싼 보험에 가입할 필요는 없는 분들도 그러세요. 이 경우, 보험료가 가계에도 부담이 가서 중간에 해약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아요."
"비싼 환급형 보험보다는 저렴한 소멸형 보험"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고민은 내용을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 소비자들이 가입 후 해약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김씨 역시 "보험 소비자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문제"라며 그 이유로 우선 복잡한 상품 구성과 어려운 '보험업계용 단어'를 꼽았다.
"생사혼합형 보험이라고 해서 사망보장이 되면서 특약으로 치료비 보장, 암 보장, 건강보험이 합쳐진 상품이 있어요. 만 15세 지난 학생들이라면 사망보장보험 가입시키는 건 적절치 않지요. 'CI 보험'이라고 해서 종신보험인데 중대한 질병이나 수술받을 때 계약된 금액을 선지급해주는 보험이 있습니다. 그냥 종신보험보다 40~60% 비싼데 이걸 그냥 건강보험으로 알고 가입하는 분들도 있지요."김씨는 보험 소비자들이 착각하기 쉬운 용어로 '중대한 질병'을 지적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중대한 질병'과 보험회사에서 말하는 '중대한 질병'은 정도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뇌졸중의 경우 소비자들은 혈관 일부가 막혀서 쓰러지는 병을 말하며 중대한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험회사에서 말하는 '중대한 뇌졸중'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마자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 치료가 끝난 뒤에 후유장해가 25% 남는 상태를 일컫는 것이라는 얘기다. 김씨는 "약관에 '중대한 뇌졸중'이라고 적혀 있으면 그런 상태가 되어야만 보장해준다"고 말했다.
보험료에 대한 막연한 인식도 소비자가 보험회사의 '함정'에 빠지는 주요 요인이다. 보험료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보험료를 돌려주는 환급형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김씨는 "소멸형 상품보다는 환급형 상품이 더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환급형 상품의 경우, 보통 소비자들이 20년 납입기간이 끝나면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시거든요. 그런데 환급 시점은 만기시점인 80세 정도입니다. 그런데 만기 때 돌려받는 돈은 보험료 내는 지금의 돈과는 돈의 가치가 다르잖아요. 환급형 상품은 소멸형 상품보다 훨씬 비쌉니다. 좀 나쁘게 말하면 돈의 가치가 있을 때 보험회사에 넣은 돈을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돌려주는 셈인데 보험회사는 좋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게 아니지요." "요즘 보험... 상품은 합쳐놓고 보장은 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