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읍내 어느 미용실, 세련된 머리 스타일을 원하면 이곳을 찾아라.
신광태
"화천 인구가 얼마나 되나요?" "6만 명 정도 됩니다."
강원도 화천을 처음 찾은 어느 대학교수의 질문에 정갑철 화천군수는 이같이 답했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지자체 중 하나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도 않네요"라는 말을 받아 정 군수는 "사실 주민 수는 2만5000여 명이지만 군인 수가 3만5000여 명 정도 되니까 6만 명이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니죠"라고 말한다.
38선 이북지역에 위치한 강원도 화천에는 민간인보다 군인들이 더 많이 산다. 한국전쟁 중 국내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전개된 곳 또한 이곳 화천이다. 종전 후 이곳에 살아왔던 사람들과 이북에서 피난 온 사람들은 이곳에 터를 잡고 군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이것이 화천읍내 상권이 형성된 이유이다. 이런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상가 간판들이 있어 소개해본다.
육군 중사 스타일이 되어 버린 내 머리 "저희 가게에 네 번째 오시는 거죠?" "네, 네 번째 맞는데요. 저 사실 이 미용실에 12년 전에 마지막으로 오고 그동안 오지 않았었습니다." "아니, 왜요?" 읍내 미용실 젊은 주인의 질문에 솔직히 왜 이곳에 오지 않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때에는 어떤 아주머님께서 머리를 잘라주셨었어요" "네, 저희 어머님이세요. 그런데 그게 무슨…." 무궁화미용실, 간판 이름도 참 촌스럽다. 12년 전 '주인의 애국심이 참 대단한 모양이다'라는 호기심에서 들렀던 미용실. 들어서자마자 주인에게 "예쁘게 잘라주세요"라고 말하고 한참을 졸다가 일어난 나는 화들짝 놀랐다. 머리를 어떻게 이렇게 깎아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누가 봐도 이건 육군 중사 스타일 머리다.
"너 머리 어디에서 깎았냐?" 다음날 출근했을 때 옆 동료 직원이 물었다.
"왜?" "말해주면 거기 안 가려고." 미용실 주 고객이 군인들이다 보니 당시엔 군인 스타일로 머리를 깎는 미용실이 흔했다.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미용실은 그나마 낫지만 연세가 좀 드신 분들에게 맡기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군인을 만들어 놓곤 했다. (군인 스타일 머리) 덕분에 읍내를 지나다 병사들로부터 경례를 받는 경우도 참 많았다.
"요즘 무슨 무슨 '머리방'이나 '헤어샵' 등 세련된 명칭도 많은데, 간판은 안 바꾸세요?" "어머님께서 지으신 이름인데, 이젠 정감이 가서 바꾸지 않을 생각이예요. 왜, 이상하세요?" 젊은 주인은 세련된 간판보다 예부터 어머님께서 지어 사용해온 토속적인 상호가 이곳 시골마을에서 더 적합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군인백화점에서 군인도 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