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독일 정통 아침식사,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던 음식. 신선하고 고소했다. 먹는 즐거움을 만끽했던 식사
허관
베이컨과 햄, 빵으로 아침을 배불리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자. 정확히 9시에 셀 아저씨가 호텔 로비에 나타났다. 얼굴에 비해 유난히 큰 뭉툭한 매부리코, 날카로운 파란 눈동자, 꾸부정한 어께. 첫 인상은 차가웠다. 그리고 첫 마디도 차가웠다.
"왜 어제 연락 안 했어?"셀 아저씨의 첫마디였다. 호텔에 도착하면 연락하기로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어제 너무 늦게 호텔에 도착하여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대한민국에서 자기를 만나러 여기까지 날아왔는데, 문책성 첫 마디라니 서운했다. 하지만 셀 아저씨에게 느낀 서운함은 거기까지였다.
우리는 셀 아저씨의 차를 타고, 그의 연구실로 갔다. 차 안에서 셀 아저씨는 끝없이 말을 했다. 지금 지나고 있는 가르미쉬파르텐키르헨 마을에 대해서. 이 조그마한 도시에 지역감정이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 이야기했다('가르미쉬파르텐기르헨'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소개).
조그마한 도시에 비해 셀 아저씨가 일하는 연구소의 규모는 컸다. 셀 아저씨의 사무실에 둘러앉아 본격적인 업무 이야기를 했다. 셀 아저씨는 대화 내내 조근 조근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혹시나 이 동양의 이방인이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고 있지는 않는지, 중간 중간 상대의 표정을 살피며, 사전에 주고받은 질문 내용에 대해 하루 종일 이야기를 했다. 일방적으로 묻고, 대답을 듣는 형태였지만, 질문에 귀찮은 기색 없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을 주었다. 혹시나, 이 먼 곳까지 왔는데 더 줄 정보가 없는지 하는 자세였다. 오히려 질문하는 우리 쪽에서 지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