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
유성호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 문제로 거대한 내홍에 휩싸였다. 나는 이른바 '당권파'가 이 문제를 대응하는 데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비당권파와의 거리도 좁힐 수 있으며 이번 사건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한 국면전환도 가능하다.
진보가 도덕적 약점을 보일 때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위해서, 나는 먼저 수십 년 동안의 진보진영의 발전과정은 진보가 도덕적 약점을 보일 때 보수가 파죽지세로 공격해온, 지그재그식의 과정이었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학생운동 과정에서 경찰을 프락치로 오인해서 발생한 경찰 타살사건, 운동가의 성추행 시도 사건, 시민운동단체의 회계부정 등 무수한 사건들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때로 정치적 발전의 경로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했다. 사실 1987년 12월 대선과정에서의 '양김의 분열' 같은 '비도덕적인 행위'는, 보수가 양김을 거세게 비판하면서 그 도덕적 약점을 매개로 지역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반공주의나 개발주의와는 다른)로 무장해서 '낙동강 저지선'을 설정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물론 각각의 성격은 다르다. 그러나 이번 통합진보당의 투표부정은 어느 모로 보나 의심할 바 없이 진보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는 심각한 도덕적 오류다. 진보정당의 도덕적 오류가 스스로의 조사를 통해 사실로 '공인'됨에 따라, 최근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를 연일 특종보도하듯이 폭넓게 다루고 있다. 당권파의 문제점을 다루는 데는 진보신문과 보수신문의 논조가 크게 다르지도 않을 정도다. 이번 투표 부정사건은 경우에 따라서는 향후의 대선에서의 정치적 발전의 경로를 왜곡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나는 진보의 도덕적 오류는 (보수의 공세에 의해) 곧바로 진보 일반의 정치적 위기로 전환되는 것이, 박정희 시대, 아니 분단 이후 한국정치를 관통해온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에서 어느 파벌이 부정행위를 더 많이 했다거나, 각각의 비례대표 당선자별로 얼마 정도의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은 지극히 부차적이다. 현재와 같이 누가 보아도 명백히 문제가 있는 투표부정이 사실인 한, 통합진보당 전체의 위기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검찰수사 하듯 조사보고서에 세세하게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모두의 공멸로 이어진다. 진보가 도덕적 약점을 보이는 한, 파죽지세로 비판받고 밀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너무 억울하다. 가족이나 집안, 가까운 친구들을 대리해서 집단투표 하는 것은 우리만 행한 것이 아니다. 비당권파도 했다'라는 식으로 항변하는 것은 지극히 단견이다. 오히려 일부 항변의 여지가 있더라도, 심지어 일부 억울하더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조속한 '국면전환'을 해야 한다.
디도스 공격도 명확히 그 배후가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