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길 옆 작은학교'는 매년 4월 정기공연을 펼친다.
기차길 옆 작은학교 제공
종이인형과 각종 소품, 세트장은 직접 만든 것들이고, 인형의 세심한 몸짓 조종, 목소리 연기도 아이들과 이모·삼촌의 작품이다. 여럿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작업을 '기차길 옆 작은학교' 식구들은 힘들지만 자유로운 마음으로 이어나갔다.
이어 질풍노도를, 사춘기를, 수능을, 혹은 취업을 고민하고 있는 '기차길 옆 작은학교' 아이들의 만남과 사귐의 과정을 신명 나는 타악으로 표현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손, 발, 스틱으로 두들기는 힘찬 리듬에 천사가 '기차길 옆 작은학교'에서 발견한 '하늘 문'처럼 땅과 하늘이 끊임없이 오가며 만나는 풍경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대학 1학년 때 만석동을 찾아 지금은 가정을 이룬 복현이모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담은 영상이 펼쳐지고, 공연은 내년 4월을 기약하고 막을 내린다.
공연을 하루 앞둔 28일 '기차길 옆 작은학교'의 큰이모이자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저, 창작과비평사)의 작가 김중미(50)씨와 인터뷰했다. 아이들에게 사회문제를 보여주고 현장에 나서서 '인형극'과 각종 퍼포먼스를 펼친 사연을 물었다. 자칫 어른이 미리 '판단'한 사회문제를 '일방적인' 시선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걱정해서다.
"제안은 이모·삼촌들이 했죠. 하지만 그런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항상 둘러앉아 토론하고 그 결과를 행동으로 만들어 나갔어요. 토론에서 나온 말과 아이디어를 기초 삼아 인형극과 노래, 춤, 타악기 리듬으로 창조해갔어요."김중미씨는 최근 제주 강정마을 문제의 중심에서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는 '길 위의 신부' 문정현(72) 신부와 아이들의 사귐을 예로 들었다. 아이들은 미선·효순사건, 평택 대추분교, 팔당 두물머리, 용산 남일당까지 평화운동의 선봉에 선 투사인 동시에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문정현 신부와 줄곧 만남을 갖고 가까워졌다.
가난한 사람, 쫓겨난 사람들과 함께 있겠다는 신부의 행동에 아이들 또한 현장 사람들 목소리와 아픔, 하소연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게 됐다. 아이들은 대추분교가 사라진 현실에 울고, 두물머리에서 인형극 공연을 하면서 울고, 용산 남일당에서 또 울었다. 남일당에서 공연하던 중 '기차길 옆 작은학교' 고등부 학생이 말했다.
"이모 이거 장난 아니에요. 저 화려한 건물들, 그리고 이 남일당과 철거된 집들 사이에서 공연을 하니까 정말 현실이 느껴져요."김중미씨는 말한다.
"사회에 나가 다른 걸 하더라도 계속 그 기억과 영향이 남아있어요. 그렇게 거리로 직접 나간 경험이 없는 첫 졸업생도 공부방을 생각하면 아무리 먹고 사는 게 힘들어도 나쁜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해요."
세상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려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신문은 어려운 말과 글로, 교회는 설교문과 찬송가로, 거리는 윽박지름과 비속어로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기차길 옆 작은학교'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표현한다. 노래, 영상, 춤, 타악, 인형극. 그리고 또 다른 방식을 고민한다. '기차길 옆 작은학교' 사람들은 더 낮은 곳으로, 더 쉽게 말하는 방법을 찾아, 계속해서 공연할 생각이다. 뭔지 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처럼, 여기 꿈꾸는 자는 비로소 행복할 수 있을 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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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용산 남일당 찾는 '희망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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