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류우리나라 부근의 제트기류, 제트기류가 강한지역을 붉은색 화살표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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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1만 미터 상공에서 비행기 구멍이 생긴다면...우랄 산맥의 수많은 나무와 신기한 생명들, 시베리아의 거대한 눈벌판, 몽골의 끝없는 푸른 초원, 북경의 무수한 인간들, 서해의 다양한 바다 생명을 하나도 볼 수 없었다. 뒷동산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보다도 먼저 나 자신도 모르면서 이들은 왜 이 먼 곳으로 가는지.
기내 모니터에 우랄산맥, 시베리아, 몽골, 북경, 서해 등이 표시된 비행항로와 비행속도, 고도, 그리고 현지 시각이 수시로 표출되었다. 그 정보 중에서 비행고도가 나의 눈에 거슬렸다. 1만 미터를 전후로 비행기가 날고 있었으며, 그 비행기 안에 내가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공기도 무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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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표면에서의 공기 무게는 1013헥트파스칼이며, 1제곱미터 당 10톤의 힘으로 누른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몸을 10톤 이상의 엄청난 힘으로 누르고 있다는 것이다.(체구가 작더라도 신체의 표면적은 1제곱미터가 넘을 것이다.). 10kg도 안 되는 아들이 배위에 올라가면 답답하다. 그렇다면 그보다 1000배가 넘는 무게가 우리의 몸을 누르는데 우리는 왜 못 느낄까. 그것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육상 생물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지구의 대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그 환경에 맞게 인간도 진화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공기의 누르는 힘, 즉 기압이 낮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내가 위치한 곳은 10000미터 상공이다. 평균적으로 10000미터 상공의 기압은 250헥토파스칼이고 1제곱미터 당 누르는 공기의 힘은 약 2.5톤가량 된다. 만약에 지금 비행기의 고장으로 인해 갑자기 외부와 연결된 구멍이 뚫린다면, 몸 안에서 7.5톤의 힘으로 밀어낼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끔찍한 상상이다.
이따금 바다 심해 고기 중에 눈이 툭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다. 물은 공기보다 훨씬 무겁다. 심해에서 적응해 잘 살던 물고기를 잡아 압력이 적은 육지로 끌어올려서 눈이 튀어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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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각 4월 20일 새벽 1시 30분(현지시각 4월 19일 6시 30분), 독일 뮌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절차는 너무나 간단했다. "왜, 왔니?, 몇 일간 머물 거니?, 호텔은 어디니?" 등이 물어보는 것의 전부였다. 입국신고서는 물론이고, 짐 검사조차 없었다. 하지만 입국 심사대 남자와 세 마디를 주고받았을 뿐인데, "너는 지금 독일에 왔다"고 분명히 알려 주었다.
큰 덩치에 독일 특유의 강한 엑센트, 웃음기가 싹 사라진 무뚝뚝한 표정의 얼굴, 자신감 있게 노려보는 눈빛이 내가 그동안 듣고 배운 독일의 이미지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독일은 입국신고서가 없어서 편리했다. 그리고 입국자들도 면세점을 들를 수 있게 된 것이 우리나라와 달랐다.
기내에서 술 취에 떠들던 단체여행객인 듯한 아줌마와 아저씨들은 뮌헨에서 런던행으로 갈아타고, 영국까지 간다고 했다. 루프트한자 항공료가 싸기 때문인 듯했다. 최종 목적지인 가르미쉬를 가기 위해 공항에서 뭔헨 중앙역까지 전철을, 중앙역에서 가르미쉬까지 다시 기차를 탔다. 호텔에 도착하니 밤 10시였다. 나의 오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31시간이었다. 기나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