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롱이가 살고 있는 곳(오각형)과 황조롱이가 낳은 알의 모습
심명남
도시의 아파트 베란다에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2달째 둥지를 켜고 새끼를 부화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황조롱이가 둥지를 튼 곳은 전남 여수시 웅천지웰아파트 12층 베란다 실외기다. 황조롱이는 절벽과 민가에서 서식하는 습성을 가진다. 이러한 습성 때문에 집을 직접 짓지 않고 남의 집을 빼앗아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치가 보통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황조롱이가 새가 아닌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 둥지를 켠 것은 좀처럼 보기드문 현상이다.
지난 3월 말 류영희(40세)씨는 베란다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쪽파를 심어놓은 대나무 바구니에 정체불명의 새가 알을 낳았기 때문이다. 알은 2~3일 간격으로 1개씩 약 한 달간에 거쳐 총 6개를 낳았다.
처음에는 새의 이름을 알지 못해 인터넷을 검색해보았지만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아파트 홈피에 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새의 이름이 황조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황조롱이는 처음에는 얼굴을 마주치면 경계심이 심해 도망을 쳤다. 그런데 알을 품고부터는 창문을 열어도 도망을 가지 않고 있다. 새끼를 부화한 후 경계심이 심해졌지만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있다. 새끼에 대한 모성애의 본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